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너무 급히 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약간의 느림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며 쫓는 것들은 대개 급히 간다고 일찍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다.
성격이 무척이나 급한 나에게 느림, 여유 같은 단어를 떠올리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내게 새로 생긴 취미 덕분에 삶을 조금 더 느리게 또 여유 있게 살아가고 있다.
새로 생긴 취미는 바로 인센스를 피워놓고 명상을 하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인센스를 피워놓고 아예 생각할 시간을 부러 만들어 생각을 하면 느낌이 조금 다르다.
평소에 여러 가지 생각들로 뒤죽박죽 하던 머릿속이 인센스의 향을 맡고 피어나는 연기가 아래로 차분히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 생각들이 마치 연기가 되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느리게 산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 가운데서 처음과 끝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과 같다. 그 이유는 어떤 일의 처음과 끝을 모두 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게 있었던 일을 하나의 예로 들어보자면
어느 평화롭던 휴일, 전날밤 모든 알림과 알람을 꺼둔 채 늦잠을 자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행복한 꿈들을 놔두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시각은 정오가 한참이나 지난 오후 한 시였다.
나는 시계를 보고 열두 시간이 넘는 숙면에 만족하며 기지개를 켠다.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양치를 하고 고양이세수를 대충 한 뒤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습관적으로 “초과근무 시작 버튼”을 누르고 외투를 벗어 옷장에 넣고 커피를 타오는 루틴대로 움직인다.
그러고 나서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휴대폰을 연결시켜 음악을 크게 틀고 일을 시작한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배꼽시계가 울린다. 나는 체중관리 때문에 대개 1일 1식을 하는데 첫 끼이자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면 배꼽시계가 울린다.
그날도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에 갔다. 여기서부터 일화는 시작된다.
식당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책상 위에 있던 태블릿과 전자담배가 눈에 띄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전자담배를 태블릿 위에 올려 모니터 받침대 밑으로 쑥 밀어 넣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올라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담배를 찾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어디에 놔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나는 그때부터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혼자 화를 내며 흡연장과 화장실 식당까지 출근한 뒤 내가 다녀갔던 곳을 전부 돌아다닌 뒤 다시 사무실에 와서 책상 위도 살펴보았는데 없다..
나는 망연자실하고 의자에 털썩 앉아 의자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순간 모니터 받침 안쪽에 있던 전자담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전자담배를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바로 글의 주제이다.
느림. 느리게 사는 것 그것은 우리 삶의 처음과 끝을 아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태블릿 위에 올려져 모니터 받침대 밑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담배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으러 다니지 않았더라도 결국 퇴근할 때 충전기에 꽂혀있던 태블릿을 챙기면 자연스레 나에게 돌아올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급해져 당장 내 눈에 전자담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며 찾으러 다녔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처음과 끝을 깊게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여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