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일상

by 고지윤

어린 시절 오르락내리락하던 그 파도 위에서 느꼈던 매력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어느덧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주식은 내 일상이 되었고 젊음은 “마켓”이라는 상자 속에 갇혔다.


그날도 난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아 화면 너머의 누군지 모를 그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일어나면 회사에 가고 집에 왔다 하면 지쳐 눕는 내 일상은 네 컷 만화 같았다. 그래도 일상 속에 주식이 있었기에 늘 견딜 수 있었다.


머릿속엔 참 많은 생각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이 내게 무얼 주는지는 또 몰랐다. 나를 이 생각 더미 속에 가두게 하는 건 돈만 벌면 뭔가 달라질 거란 착각이었다.


거래를 할 땐 야수처럼 과감하게 매수하고 매도했지만, 아무리 거칠어져도 현실에선 강하지 않았다. 남다른 삶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남들과 같은 삶은 더욱더 원하지 않았다.


우린 종종 핑계들을 찾곤 한다. 이만큼 살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해 이미 늦었다고, 삶에서 선택은 없었다고. 나 또한 그랬다. ”꿈이 없다 “며 늘 스스로를 위로했다.


우리는 무언가 꿈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속고 있던 것 같다. 우린 항상 어디든 대롱대롱 매달려야 했다. 그저 타인이 규정짓는 꿈을 좇기 위해. 꿈을 잃어버리고 흐릿한 초점의 우린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새벽의 이슬과 같은 투명한 청춘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청춘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지금이, 그래서 나도 정했다. “내 꿈은 지금처럼 죽기 전까지 주식하면서 똑같이 살기”라고


나이를 먹을수록 답답함에 한숨만 쉬어 대고 늘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외로워해도 곁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젠 세상이 우리에게 규정짓던 꿈 따윈 지워버리고 부디 진정한 자신을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