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언제나 해피엔딩이었다.
이 글을 읽는 우리는 모두 스스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수많은 감정들로부터 상처입기도, 위로받기도 한다.
같은 하늘을 보며 어제는 슬퍼하다가도 오늘은 또 기뻐한다.
대개 우린 이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우울감, 상실감, 무기력함, 평온함 등 매일같이 찾아오지만 매번 낯설기만 한 여러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의 어떤 환경이나 상황과 어떻게든 연결시키려고 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어느 정도 가치관이 만들어졌을 무렵이니 아주 어린 시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막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그쯤이었다. 그때까진 매일 찾아오는 낯선 감정들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 스쳐 보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인생에서 큰 변환점들이 있었는데 내가 중학교 2학년이던 해 9월 8일이 그중 첫 변환점이었다. 그날도 난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를 했고 여느 날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날 이후 이전까지의 여느 날이 내 인생에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정도이다.
이 변환점을 기준으로 이후에 내 삶에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작은 감정조차 내부에서 근원을 찾지 못해 타인으로부터 의미를 찾으려 했고 아무런 이유 없이 느껴지는 감정을 외부의 환경이나 상황과 연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보니 행복과 같은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때에도 “나에게 행복을 주는 무언가가 사라지면 어쩌지”라며 불안해했고 우울, 불안, 상실 등 견디기 힘든 감정이 들 때에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이렇게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봐 항상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감정의 덫에 옭아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사랑해 주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내버리고 이 세상을 떠날 용기는 없었다. 그렇기에 꾸역꾸역 살아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종종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 주변 환경 및 상황이 엇갈리는 날이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 모든 게 완벽함에도 왠지 내 마음속은 온통 불안, 우울, 불쾌함 등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하다거나 어느 날엔 주변에서 계속 시비를 걸거나 시험점수가 엉망이어서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인데 마음속엔 평온함만 가득하다든지 이런 모순적인 날들을 겪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아무 이유 없이 왔다가 아무 이유 없이 간다”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살다 보니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한결 편해졌다. 그래서 나는 굳이 “내가 지금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며 나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는 감정을 인정하고 내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슬픔, 우울, 상실, 불안처럼 부정적인 감정들이 찾아왔을 때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도 나에겐 많은 감정들이 낯설고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감정들도 결국 희미해질 것을 알기에 내 마음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