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고유의 체취를 가지고 있다.
물론 향수를 뿌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는 후각에 예민한 편이라 다양한 향을 맡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향수도 여러 가지를 쓴다. 그러던 와중 최근 어릴 적 보았던 향수라는 영화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됐다.
어린 시절 보기엔 조금 잔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영화인데, 마지막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공허한 마음으로 자신이 조향 한 신의 향수라 불리는 향수를 온몸에 끼얹고 향기에 취해버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흔적도 없이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인 장피에르라는 청년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미혼모로부터 태어나 버려졌다.
이후 노예시장을 전전긍긍하다가 자신이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느 망해가는 조향사 밑에 들어가 향수를 만들고 향을 담는 법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던 그는 어느 공주의 체취를 우연히 맡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깨닫게 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겐 고유한 체취가 있다는 것을. 아무리 맡아봐도 자신에게만 없는 체취를 갖기 위해 그는 잘못된 길로 발을 내딛게 된다.
여인들을 죽여 그녀들의 체취를 향수에 담기로 한다.
그는 그렇게 연쇄 살인범이 되어가며 인간의 체취와 여러 향들을 섞어 자신이 생각하는 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된다. 마침내 그는 신의 향수를 조향 하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만들어낸 신의 향수까지 얻게 되었는데 무엇이 그리 공허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깊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자신에게 결여된 것에 갇혀 살다 보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을뿐더러 채우고 채워도 그 결여는 끝까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결여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집중하고 감사히 여겨야 한다. 그런 삶을 살다 보면 결핍으로 인한 공허마저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