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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고개를 들면, 답은 언제나 위에 있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아름다움을 깨닫는 건 고개를 드는 순간

by 낭만기술사

1

올여름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뜨겁고 무거웠다. 도시의 공기는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의 공기처럼 일렁였고, 나무 그늘마저 숨을 헐떡였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묵직한 열기가 드리워져,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더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하늘은 마치 이 세상의 기온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고요했다. 마치 수천 년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현자가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 하늘은 깊고도 짙었다. 단순한 파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색채를 넘어,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하나의 온도이자 감정이었다.

그 속으로 시선을 던지는 순간, 내 마음속의 더위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마치 잊고 지낸 순수한 기억 한 조각이 불쑥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곳에는 솜처럼 부드럽게 풀린 구름이 흩어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마치 오래된 편지 속 문장들이 느릿하게 하늘 위로 번져가는 것 같았다.


2

하늘 한가운데, 길게 그어진 하얀 선이 있었다. 아마도 비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것이 누군가의 꿈이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다. 지워지기 전, 잠시 남아 있는 그 궤적은 나에게 속삭였다.


“너도 언젠가 나처럼, 자유롭게 저 하늘을 가를 수 있기를.”


햇볕은 여전히 강하게 내려쬐었지만, 오히려 그 뜨거움이 하늘빛을 더 깊고 선명하게 빛나게 했다.


공기는 숨이 막힐 듯 무거웠으나, 시선은 시원한 색의 바다 속에 잠겨 있었다. 현실은 여전히 한여름 한복판이지만, 마음만큼은 푸른 강가에 발을 담근 듯 시원했다.


그 하늘은 여름의 열기를 조롱하듯, 한없이 맑았다. 바람조차 멈춘 고요 속에서,

구름은 느릿느릿 흐르며 무언의 위로를 전했다. 그것은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내는 존재의 품격 같았다.


3.

그 파란빛은 나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작은 믿음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뜨겁고 무거워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동탄 메타폴리스 근처를 산책하며, 나는 그 깨달음을 가만히 품었다.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문제는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느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고개를 들면, 답은 언제나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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