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영 Oct 25. 2024

언더워터 카우보이

10화

교문을 빠져나오자마자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뒤따라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병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우리 이번 토요일에 괴생명체 찾으러 바다에 들어가는 거 어때?”

“언제는 인어라더니만.”

윤찬은 숨이 찬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병수가 계속해서 말했다.

“괴생명체건 인어건 가서 좀 말해 주자. 이제 우리 구역엔 그만 오라고.”

“언제부터 애월 앞바다가 네 구역이었냐?”

“자식, 몰랐구나. 나 다이빙할 때마다 오줌 싸서 내 영역을 표시 해뒀잖아.”

“웩! 더러운 자식.”

윤찬이 헛구역질을 해 대자, 병수가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김해구, 내일부터 우리 학교 같이 가는 거다!”

윤찬이 얼굴을 찌푸리며 병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왜?”

“야! 우린 언더워터 카우보이들이잖아. 우리 구역에 들어온 침입자는 쫓아내야지. 안 그러냐?”


병수와 윤찬이 서로의 팔을 투덕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윤찬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김해구, 거기서 뭐 해. 빨리 안 오고.”

“어, 지금 갈게.”

나는 윤찬과 병수를 뒤따라갔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호흡기의 마우스피스를 입에 문 것처럼 어금니에 꽉 힘이 들어갔다. 


바람이 분주하게 구름을 실어 나르자 푸르스름한 달빛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달빛 아래 손톱만 한 푸른색 물고기 비늘들이 내 몸에서 어렴풋이 반짝거렸다. 

이제는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숨을 쉬는 법을 배워야겠다.



이전 09화 언더워터 카우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