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그때였다.
“김해구!”
병수가 불쑥 내 앞에 나타났다. 몇 발짝 뒤에는 윤찬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어디부터 보고 들은 것일까? 그의 앞에서 잔뜩 겁에 질린 채 맞고 있었던 것도 부끄러웠지만 병수와 윤찬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됐다.
엄마와 나는 살기 위해 그로부터 도망쳐 나왔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더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병수가 그를 힐끔거리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해구야, 너 여기서 뭐 해. 모두 널 얼마나 찾고 있는 줄 알아?”
“나를 왜?”
“그게….”
병수가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자, 윤찬이 온 운동장이 다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너 없어졌다고 난리 났어! 담임이 너 어디 갔냐고 당장 찾아서 데려오라고 했어.”
“그래, 맞아. 모두 널 걱정하고 있어. 얼른 교실로 돌아가자.”
병수와 윤찬이 이끄는 대로 발을 옮겼다. 그는 여전히 나무 그늘에서 희멀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모두 학교를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혼자 교실에 남았다.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병수가 교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윤찬한테 문자 왔다. 학교 후문에 지금 아무도 없다고. 자기가 계속 그 앞을 지키고 있으니까 빨리 나오래.”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물었다.
“넌 내가 무섭지 않아?”
“내가 왜 널 무서워해야 하는데?”
병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불가사리가 바다 생물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냐. 어떤 불가사리는 죽은 물고기나 다른 썩어가는 걸 먹으면서 바다를 깨끗하게 해. 그런데도 모든 불가사리를 다 없애버려야 한다면 불가사리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겠냐.”
나는 천천히 병수를 바라봤다. 병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나가자. 윤찬, 그 자식 마음 변해 가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