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다. 후텁지근한 더위와 금방이라도 타들어 갈 것 같은 뜨거운 태양에 놀란 듯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그의 첫 마디에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렸다. 그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 끝까지 쫓아올 것이다.
“네 엄마는 잘 지내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평생을 얻어맞고 물어뜯기며 몸에 밴 습관적인 반응이었다.
“너라도 연락했어야지, 이 새끼야.”
그가 신경질적으로 내 다리를 툭툭 찼다. 그의 몸에서 축축하고 서늘한 깊은 바다 냄새가 났다.
한때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나갈 수도 없는 그 어둡고 차가운 심해가 내 모든 세상이었다.
“지금은 어디 사냐?”
금방이라도 그가 달려들어 저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으로 내 목덜미를 갈가리 찢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목을 잔뜩 웅크린 채 뒷걸음질 쳤다.
하아아악, 그가 목구멍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살기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간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그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그는 툭 튀어나온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재빨리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겼다. 그러고는 새하얀 소금 가루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인마,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법이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말했다.
“나는 이제 사람으로 살 거예요.”
바닷속이었다면 나에게 승산은 없었다. 한 치의 그늘조차 허락하지 않는 한낮의 맹렬한 태양과 구름조차 없는 바짝 마른 대기에 나는 익숙해졌지만, 그는 아니었다.
지금 그는 먹잇감을 잡겠다고 스스로 통발에 들어온 물고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