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그 후로 병수와 나는 참 열심히 다이빙하러 갔다.
병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사진을 동호회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다.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낡은 잠수함 속을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다이버들, 심해 절벽을 따라 수직 하강을 하는 사진은 다이버들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병수가 올린 사진 밑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쏟아졌고, 병수는 신이 나 일일이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
나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핏기 없이 창백했던 얼굴은 태양에 검게 그을려 갔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던 폐는 이제 달리기를 해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병수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바닷속에서 인어를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병수의 말을 듣고 모두 웃어넘겼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목격담과 관광객이 찍은 사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 이야기는 지역 커뮤니티에도 퍼져나갔고 심지어 신문 기사로도 보도됐다.
나는 병수와 함께 괴생명체가 목격됐다는 애월 해안으로 향했다. 더 이상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수만은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경찰차 두 대가 해안도로에 정차해 있었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해안가를 탐색하고 몇몇은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표범이 경찰 로고가 붙은 잠수복을 입고 입수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이, 청소년들. 학교는 다 끝나고 온 건가?”
반전, 이런 대반전이 없었다. 알고 보니 바다표범은 해양 경찰이었다.
우리는 한달음에 바다표범에게 뛰어갔다.
“지금 괴생명체를 조사하러 나왔다. 그러니 너희들도 당분간 바다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라.”
바다표범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바다표범의 모습에 병수는 또 반한 듯 눈을 반짝였다.
“돌고래 떼 지나간 것 보고 오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제주도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평생 괴생명체는 본 적이 없었거든.”
“제가 진짜 봤다니까요! 한 수심 20미터쯤이었을 거예요. 갑자기 조류가 빨려져 벗어나려고 오리발을 차는데도 소용이 없었어요. 힘이 다 빠져서 조류에 휩쓸리고 있을 때, 무언가가 제 앞을 휙 하고 지나갔어요. 저도 처음엔 돌고래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꼬리가 두 개로 갈라져 있었다고요. 그런데 그게 갑자기 방향을 바꿔 저에게 다가오는데 사람 얼굴을 하고 있었다니까요!”
병수의 이야기에 바다표범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네 말대로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닐 수도 있어. 우리가 철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까. 너희는 걱정하지 마라. 이 바다는 우리가 지킨다!”
바다표범은 팀원들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우리는 한참동안 해변에 서서 해양 경찰들이 바다를 살피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