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일의 이야기
남편이 퇴사를 한 지 20일이 되었다. 변동사항은 여전히 없다. 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와 정말 우리나라 일은 빠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일이 있었다. 먼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남편이 매일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 분명히 집안일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집안일이 되어있지 않은 걸 발견할 때마다 "원서 쓰느라 바빴나 보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빠가 엊그젠가? 이렇게 말하더라.
"나 운동하고 있는 거 모르지?"라고.
당연히 말을 안 하면 모르지 않나? 그래서 "어 몰랐는데?"라고 말하니 퇴사하고 일주일 정도 강릉 바우길 100km를 하고 난 후, 몸이 너무 무거운 것 같아서 매일 10km씩 뛰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자리관리를 하는 모습에 "음~그래?"라고는 했지만 뛰고 와서도 이런저런 일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은 마음속으로만 했다. 덕분에 나도 퇴근하고 같이 운동을 두 번 했다.
신기한 사실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바로 공문이 왔다는 것이었다. 퇴사 일자가 적힌 채로 말이다. 이 얼마나 빠른 행정처리인가. 정말 귀신같이 안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본인 취업할 때까지 피부양자로 넣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금방 취직할 건데 왜?"라고 말했다. 아직.. 마음이 너그러워지지 않았나 보다. 빠르게 이직할 생각을 했으면 좋겠는데 왜 나에게 피부양자로 넣어달라고 하는지 모르겠었다. 어차피 취직하면 자동으로 빠져나갈 테니 회사 인사팀에 말하면 바로 해줄 거라 하긴 했다.
오늘 회사에서 지인과 점심을 먹으며 남편이 퇴사했단 이야기를 했다. 자꾸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진다 하니 기다려주라고 한다. 맞지.. 여유롭게 기다려줘야지. 남편도 나름 본인만의 루틴을 정해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며칠 전에 또 물어봤다. "수시지원은 썼어?"
공고문에 올라오는 회사 말고 언제나 열려있는 회사도 있으니 그런 곳에다가도 문을 두드려보라고 했다. 잔소리 같았을까나.... 나라면 이곳저곳 다 써볼 텐데 올라오는 곳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더 물어보진 않을 것이다. 내가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여전히 다짐한다. 재촉하지 말자고.
오늘은 30km를 걸으러 떠난 남편이 오늘 늦은 밤이나 내일 새벽에 돌아온다고 한다. 돌아오면 이직 지원서 이야긴 하지 말고 차돌박이 숙주볶음 맛있게 같이 해 먹어야지.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