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사를 했다.(3) - 픽업과 국물닭발

D+25일의 이야기

by 키위열매

아직 별다른 소식은 없다. 남편은 내가 출근할 때 같이 일어나서 오전엔 자소서를 쓰고 오후엔 운동을 하는 것 같다. 남편은 늘어지지는 않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지켜보는 눈(=나)이 있어서 그런 걸 테지. 그리고 본인도 너무 늘어지는 건 싫어하는 듯했다.


내가 2박 3일 동안(토~월) 여행을 다녀왔고 회사에 오후반반차로 출근해서 당직까지 하니 짐도 많고 너무 무거워서 데리러 와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아마 회사생활 하고 있었으면 전혀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데리러 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별 생각은 없지만,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데리러 와달라고 SOS를 쳤다. 남편이 백수라 이게 좋구먼? 이란 생각을 했지만 금세 사라졌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은 나에게 보고하듯 말했다. 아, 남편도 내가 여행 간 거에 맞춰서 본인 동호회 활동으로 2박 3일(토~월) 집에 없었다.


"열매야, 내가 공고를 봤는데 쓸 곳이 2개 정도 생겼더라고. 내일 한 번 써보려고."라고 말이다. 상시지원하는 곳에 써보라는 말은 이제 나도 너무 많이 해서 질렸다. 나라면! 상시지원하는 곳도 써볼 텐데..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뭐 어쨌든, 쉴 법한데도 남편은 공고를 계속 찾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홍홍 그리고 이런 식의 보고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동안 지원했던 회사 중 일부는 공고를 세분화해서 다시 냈다고 하더라. "다시 쓸까?"라는 질문에 나는 당연하다고 했다. 남편은 어차피 떨어진 자소서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지만 솔직히 누가 알까? 우리 회사에도 서류를 떨어졌나? 면접을 떨어졌나? 해서 다시 서류부터 해서 합격해서 온 직원이 있다. 일단 세분화했으면 그 세분화한 것 중에서 본인이 더 잘 맞는 것을 골라 지원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취업은 결국 질보단 양이다. 2015년 하반기 한 시즌 지원해 보고 내가 느낀 점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둘 다 야식으로 닭발을 먹고 수다 떠느라 새벽 2시까지 잤는데 남편은 내가 아침에 일어날 때 "어우, 나도 일어나야지. 얼른 자기소개서 써야지"라고 말하면서 일어나더라. 쨌든 루틴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나라면 피곤해서 오전은 날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편에게 더 뭐라 안 하는 이유는 그래도 그만의 루틴을 지키고 있어서 지켜보겠다는 마음 20%와 내가 지금 너무 바빠서 그다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음이 솔직히 80%다. 결국 본인이 취업하는 건데 내가 뭐 하러 참견하겠나 싶기도 하고. 아휴


면접 보러 오란 연락도 있었다는 소식이 들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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