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0일의 이야기 (2023.09.26.)
오래간만에 브런치 스토리를 켰다. 어느덧 남편이 퇴사한 지 200일이 되었다. 200일이라고 쓰는 건 아니지만 지난 9월 2일 이후로 계산을 해보니 200일이 되었다. 어제는 결혼기념일 1주년이었고, 보통과 같이 별다른 면접소식은 없고 시간만 흐르기에 어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결혼기념일에 마냥 행복하고 좋았으면 좋겠지만, 1주년이 2주년이 되고 미래를 그리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그동안 심도 있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어제저녁에 나눴다.
요령 있는 남편이 되었으면 했다. 내가 업무중일 때 게임을 하고 차라리 퇴근할 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그런 거라던가. 말을 안 해주면 나는 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던가. 요리 잘하고 집안일 잘하는 너보다 요리는 서툴러도 집안일에 서툴러도 맞벌이하는 부부가 좋다고 했다. 크게 다섯 가지 주제를 나눠서 소소한 1주년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했다. 돈이 모이지 않다한들 제대로 된 곳만 들어가면 되니까. 일단 우리 회사는 남편은 떨어졌다. 사내부부가 되긴 어려웠다.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돈을 나 혼자 아득바득 모으는 것도 힘들고 마음이 계속 가난했는데 그냥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까. 이런저런 부수입과 용돈들을 무조건 생활비에만 충당하려고 하는 나도 bye. bye. 쓸 땐 쓰고 놀 땐 놀아야겠다. 아끼다 똥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