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1일의 이야기 (2023.12.07.)
11월 26일 일요일 밤(D+261)에 대화를 나눴다. 분위기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 남편은 침대에 내가 누워있는데 계속 이런저런 얘길 했다. 그래서 내 기분을 말해줬다. 카드 대금을 이체하고 난 이후부터 내 기분은 매우 저조하다고 말이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힘을 내자고. 금방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다독이면 곧 잘 또 힘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속마음 문제라 남편에게도 말해본다고.
매일 하루하루가 지겹다고 얘기했다. 반복적인 하루. 차라리 연애할 때가 더 좋다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지금은 벌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돈을 벌어오는 나. 외벌이의 수입으로 하루하루 식비를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이는 회사 생활에서도 이어지는데 하반기 면담을 진행하니 나보고 짜증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냐는 물음에 그냥 요새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굳이 내 상황을 말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의 말은 어디든 타고 새어나가니 좋을 것이 없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어느 것 하나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데 마냥 웃기가 어렵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미안해..."라고 하더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뭔가 감정이 메마른 것 같았다. 남편은 내 행동을 보고 눈치를 보며 달래주려 하는데 그냥 그것보다 빨리 난 합격소식이 듣고 싶다. 취직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어느 날은 생각한다. 이 사람이 서류 합격 하나는 너무 말하기 민망해서 다 붙고 나면 얘기하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 말이다. 남편에게 이야길 해도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