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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열매 Oct 21. 2024

열심히 하고 있어

D+268일의 이야기 (2023.12.08.)

12월 3일 일요일의 이야기. 시댁에 들려 이야기를 하고 난 후 남편도 내가 다녀갔다는 걸 전해 들었고 아마 속마음에 열이 생겼는지 나에게 별다른 이야길 하진 않았다. 우린 그리고 대화도 없었다. 그냥 각자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일요일. 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고 뚱해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이 다가왔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서로 감정이 차분해진 것 같았다.


"나 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말을 건네왔다. 음..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분명히 내가 게임하지 말라고 했는데 여전히 퇴근하고 보이는 남편의 뒷모습은 게임을 하는 모습이고 내가 근무하는 동안 열심히 해도 나는 퇴근하고 왔을 때의 열심히인 모습이 보고 싶은 거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인지 물어봤다. 쿠팡 택배 상하차를 하든 아님 버스 운전기사를 하든 생계는 이어가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뭘 열심히 하는지, 본인이 원하는 분야만 고집하면 금이 뚝딱 나오는지.... A만 파지 말고 B도 확장시켜 보고.


답답해서 어머님과 아버님을 찾아갔다는 말에 "그럼 뭔가 해결이 돼?" 이렇게 말하는 정말 극강의 T. "해결해 달라고 간 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하소연을 하고 싶었어"라고 말했더니 토닥여주며 암말 안 하더라.


이전에 언급했던 헤드헌터를 통한 구직은 잘 되지 않았다. 주변에 공고 써보라고 연락 온 것도 '나이'를 이유로 서류부터 탈락했다. 하루하루 나이는 먹어가는데 내년이면 30대 초반도 벗어나는데 뭐라고 해야 할 건 아닌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거 맞는 거지? 네 인생의 동반자는 허구한 날이고 돈을 벌 생각만 하고 있는데 어째 돈을 벌어오지 않는 사람이 더 태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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