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위열매 Oct 21. 2024

다들 잘 풀리는데...

D+273일의 이야기 (2023.12.08.)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몰아서 쓰다 보니 드디어 오늘 12월 8일이 되었다.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시간이 지났는데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쓰겠나 싶어서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침대에 앉았다. 남편은 왜 갑자기 노트북을 켜냐고 하는데 블로그를 한다고 얼버무렸다. 휴... 날을 세어보니 남편이 퇴사한 지 273일이 되었다. 27일이면... 한 달 이내면 백수를 벗어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27일의 10배인 270일이 지났다. 이러다 365일이 금방 올 것만 같아 두렵다. 


다들 잘 풀린다. 휴지가 술술 풀리는 것 마냥 정말 잘 풀린다. 나는 풀리지도 찢어지지도 않는 휴지를 갖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에 말했던 지인 면접중독 친구분은 대기업에 합격하여 잘 지내고 있다. 잘 풀렸다.


전세대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지인도 최근에 연락해 보니 가입해 두었던 보증보험에서 연락이 왔고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 과정 속에 잡음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전세 문제를 크게 겪고 오피스텔을 매매했다고 했다.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 왜 자꾸 나는 구렁텅이에 빠질까. 다들 잘 풀린다. 술술수울. 나는 언제쯤 이 매듭이 풀릴까. 정말 이 모든 순간이 단 몇 초라 생각될 정도로 아님 '아 그땐 그랬지'라고 추억을 회상할 정도로 내 기억이 미화될 그런 때가 올까. 남편과 함께 손잡고 거리를 거닐고 하하 호호 데이트하던 때가 언젠 지 모르겠다. 단골 집에 들르지 않은 지도 몇 개월이 지난 것 같다. 단골집 얘길 꺼내며 "사장님이 우리 헤어진 줄 알겠다."라고 얘기했더니 남편이 "헤어지긴, 헤어진 게 아니라 이혼한 줄 아실 듯" 이러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겐 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내 나름의 약속이 있다. 단골집에 갈 때마다 남편의 구직상황을 걱정해 주시는 소리가 스트레스라.. 구직하고 나면 단골집에 기쁘게 바로 갈 것이다. 


좋아 보여도 말하지 못하는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고민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내 고민도 얼른 끝나면 좋겠네.

이전 15화 열심히 하고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