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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열매 Oct 21. 2024

숨김, 냉전, 1년

D+309일의 이야기 (2024.01.08.)

1월 3일(D+309) 일의 이야기다. 새해가 다가왔고 파이팅 하자고 했지만 면접을 봤던 곳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떨어진 거겠지 뭐... 남편이 퇴사한 지 그리고 외벌이로 지내온 지 300일이 넘었다. 주변에 아는 분들은 내가 말해서 알고 있어서 얼굴을 보거나 연락하게 되면 남편의 구직에 대해 물어본다. 그때마다 난 포기했다고 했다. 더 신경 써봤자 내 신경만 곤두선다. 연말도 다가오고 1년도 다가오고 하니 더 신경이 날카로워졌는데 한 순간 놓으니 그냥 편했다. 


그러다가 1월 3일엔 뿔이 났다. 방 문을 닫고 컴퓨터를 하길래 열심히 쓰는 줄 알았더니 덮고 있던 담요 아래로 무언갈 숨기더라. 노크 어쩌고 저쩌고를 말하길래 내가 안방 문 닫고 노트북 할 때 남편이 맘대로 들어와도 난 숨길 게 없었다. 이제 와서 근데 노크라니?ㅋㅋㅋ 빨리 나가라는 행동 플러스 무언가 다급히 숨기는 모습에 나는 아주 화가 났다.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알겠다며 침대로 금방 간다고 하더니 그는 오지 않았고 그 후로 냉전이 시작됐다. 


냉전 이후로 밤마다 울었다. 뭘 숨기는지 궁금했지만 내가 먼저 말하긴 싫고 방으로 온다고 했으니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없었음. 대화의 의지가 없다고 봤다. 매번 내가 말을 걸어주니 나도 단단히 뿔이 났다 이거라고요. 300일도 지났고 새해도 됐는데 왜 이러니 정말. 이러다 진짜 365일 금방 되겠다.... 너무 무섭다. 이렇게도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만난 걸까..? 내가 능력이 출중하면 되지! 라기엔 나도 썩 전문직은 아니기에..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 생각은 꿈도 안 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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