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90일의 이야기 (2024.07.19.)
시간을 거슬러 7월 11일로 올라가 보자. 이 날 연락을 하나 받게 되는데 면접 제안이었다. 금요일 오후 2시였다. 나랑은 다르게 실전에 강한 타입인지 면접 전날에도 열심히 영상을 보는 그였다. 취업준비한 이후로 제대로 본 면접을 세봤더니 D+81일에 하나 D+298일에 하나 해서 1년 동안은 2번을 봤고 치근 D+470일에 세 번째 면접을 봤고 이번 연락으로 네 번째 면접이었다. 이제는 이제는! 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는데!! 7월 12일 두근두근. 면접을 끝내고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궁금한 것들도 다 물어봤고 또 자기도 다 대답했다고 하더라. 연락 준다고 했는데 그날 바로 연락을 받았다. 같이 일해보자고.
그렇게 꿈꿔왔던 순간인데 나는 막상 덤덤했다. 남편이 취업하기 전에는 제발. 제발. 제발. 뭐라도 좋으니 일하게 해 주세요.라고 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 보니 다시 또 해결해야 할 새로운 숙제가 생긴 기분이었다. 이제 작은 산 겨우 넘은 느낌이랄까?ㅋㅋㅋㅋ암튼 실감이 잘 안 났다. 남편에게 너무 축하한다고 전했고 남편도 나에게 그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때 눈물이 날 뻔했지만~ 울진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생각한다. 소리 지르고 꺅꺅 회사가 떠나가라 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부모님께도 카톡으로만 알리고 나도 일하느라 바빠서 그냥 술렁술렁 지나갔다.
하지만, 세상이 이쁘게 보였다. 출근길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다들 직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왜 내 남편 자리는 하나 없을까"라는 생각도 계속했었다. 왜 내가 잘 안 되면 남 탓 사회 탓을 하게 되지 않던가.. 휴.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온 세상이 이쁘게 보이고 어디선가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았다.
첫 취업일자를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출근 일자가 남아 나도 연차를 급하게 써서 여행도 계획했다. 지금 일기를 쓰는 와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아직 떨떠름한 이유는 출근을 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불안감을 주려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남편에게 "이래놓고 나중에 입사 취소한단 소리 거 아냐?"라고 말하기도 했고 두 눈에 첫 출근하는 모습이 보여야 나는 그때야 비로소 실감이 날 것 같다.
같이 먹는 식사가 소중하고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고. 세상이 정말 달리 보인다. 50편으로 엮으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마지막 이야기는 남편의 첫 출근을 본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직장 위치가 더 멀어서 같이 출근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일기를 마무리하는 그날이 얼른 오길... 남편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