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과 주방(廚房), 조리실【調理室】

한·중·일 한자어 비교: 고유어와 한자어의 의미 대응 관계

‘음식을 만드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은 어느 언어에서나 존재한다. 한국어에서 부엌과 주방(廚房), 조리실【調理室】은 모두 ‘음식을 만드는 공간’을 뜻하는 말이다. ‘부엌과 주방(廚房)’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의미 대응 관계 또는 ‘이중적 어휘 체계’를 보여 주는 것이고, 조리실【調理室】은 일본식 한자어로 ‘부엌’이나 ‘주방(廚房)’과는 다른, 분화된 의미를 나타낸다. 이처럼 ‘고유어’와 ‘한자어’는 표현하는 의미 영역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한·중·일 세 나라는 같은 한자 문화권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한자어라도 그 의미와 용법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주방(廚房)은 원래 조선 시대 궁궐이나 관청의 조리 공간을 가리키는 ‘소주방(燒廚房)’에서 온 말이다. ‘불을 쓰는 주방(부엌)’이라는 뜻으로 쓰던 말이었는데, 이것이 일반 가정집의 조리 공간을 가리키는 부엌의 한자어가 된 것이다. 한국어에서 주방(廚房)은 일반 가정집의 ‘부엌’뿐만 아니라, “식당/음식점 주방”, “호텔 주방”처럼 ‘음식점이나 기관·사업체의 조리 공간’을 가리키기도 하고, “주방 직원(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주방장(廚房長, chef)”처럼 요리하는 역할을 맡은 ‘부서(部署)’의 의미까지 폭넓게 쓰인다.


일본어에서는 가정집의 ‘부엌’은 고유어인 ‘台所(だいどころ, 다이도코로)’를 사용하고, 厨房(주방)은 식당이나 호텔, 병원·학교 등의 급식소, 배(선박)·건물의 ‘조리실’ 같은 ‘전문적 조리 공간’을 가리키는 제한적 의미로 쓰인다. 즉 일본어에서는 고유어인 ‘台所(다이도코로)’와 厨房(주방)을 구별하여 쓴다.


중국어에서 일반 가정의 부엌은 “他在灶间做饭。(그는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다/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처럼 고유어인 ‘灶间[zàojiān, 짜오지엔]’이라고 한다. ‘灶间’의 ‘灶[zào](부엌 조)’는 ‘부엌(화덕, 아궁이)’의 뜻으로, 민간 신앙에서 ‘조왕신(竈王神, 부엌을 맡은 신)’의 竈(부엌 조)의 속자(俗字)ㆍ간체자(簡體字)이고, ‘间[jiān]’은 ‘間(공간 간)’의 간체자이므로 ‘灶间’은 ‘불을 쓰는 공간’, 즉 부엌을 가리키는 말이다. 厨房(주방)은 근대 이후, 특히 서양식 건물이 늘어나고 대형 조리 시설이 등장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厨房(주방)은 ‘食堂厨房(학교 식당 주방)’, ‘酒店厨房(호텔 주방)’, ‘厨房设备(주방 설비)’처럼 일반적으로 ‘음식점, 학교, 병원, 호텔 등 대형 건물·업소용 조리 공간’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 것으로 보아 일본어의 영향으로 보인다.


조리실【調理室】은 일본의 근대 행정·교육 용어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和製漢語]로 ‘요리하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이나 중국어에서 조리(調理)(-하다)는 ‘건강이 회복되도록 몸을 보살피고 병을 다스리다. =몸조리(-調理)(-하다)’의 뜻이지만, 일본어에서는 이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일본어에서 調理(조리)는 ‘요리를 만드는 것’의 뜻으로만 쓰이는데, 이런 의미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어에도 수용되어 쓰이고 있다. 즉 조리【調理】(-하다)는 메이지 시기(1868~1912) 일본에서 서양식 조리학과 조리법을 수용하면서 기존의 요리(料理)라는 개념과 구분하기 위하여 새로 만든 말이다(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일본에서 쓰지 않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쓰기 시작한 말이다). 그리고 일본어에서 ‘조리실【調理室】’은 학교의 급식에 필요한 조리 공간, 병원·관청·군대 등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의 교육·행정 분야에 그대로 들어온 것인데 지금도 ‘학교 조리실, 병원 조리실, 관공서 조리실’처럼 쓰이고 있다.


요컨대 한·중·일 세 나라에서 ‘음식을 만드는 공간’을 뜻하는 말들을 고유어와 한자어의 의미와 용법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면, 같은 한자 문화권임에도 불구하고, 언어마다 문화적·제도적 특성에 따라 같은 한자어일지라도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방(廚房)이라는 말은 한중일 세 나라에서 모두 쓰는 말이지만, 각 언어에서의 의미 범위가 다르다. 한국어에서 한자어인 ‘주방(廚房)’은 고유어인 ‘부엌’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쓰이고, ‘조리실【調理室】’은 주로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고유어를 ‘주방(廚房)’과 구별하여 쓴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 厨房(주방)은 가정집 부엌이 아닌, ‘음식점, 학교, 병원, 호텔 등 대형 건물·업소용 조리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중국과 일본에서는 가정집의 부엌은 고유어로 표현하고, 厨房(주방)은 대형 건물이나 업소에 딸린 ‘조리 공간’을 나타내는 말로 쓴다. 조리실【調理室】은 주로 학교·병원·호텔 등의 대형 건물이나 시설 안에 있는 ‘요리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어로 중국어에서는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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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자어(1~30화 연재), 한국의 한자어2(1화 연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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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제어-형태분석(어원)-발음(표기와 다른 경우)-품사-뜻풀이-동의어/반의어

2. 중국어-일본어-(영어) 대역어

3. 예문(길잡이 문장)

4. 참고 사항/특이점 등(있는 경우)





주방(厨房) n. 음식을 만들거나 차리는 방. =부엌.

㊥ 灶间[zàojiān]; 厨房[chúfáng], ㊐ 台所(だいどころ); キッチン(kitchen); 厨房(ちゅうぼう), Ⓔ kitchen

예) 주방에 들어가다. 주방에서 요리하다. 주방이 넓고 환하다. 주방 가구(厨房家具) 家庭厨房家具[jiātíng chúfáng jiājù]; 厨房家具[chúfáng jiājù], ㊐ 台所家具(だいどころかぐ); 厨房家具(ちゅうぼうかぐ). 주방 구조〖厨房構造〗 家庭厨房结构[jiātíng chúfáng jiégòu]; 厨房结构[chúfáng jiégòu], ㊐ 台所構造(だいどころこうぞう); 厨房構造(ちゅうぼこうぞう). 주방 기구〖厨房器具〗=조리 기구〘調理器具〙; 취사도구【炊事道具】[취ː…] 家庭厨房用具[jiātíng chúfáng yòngjù]; 炊事用具[chuīshì yòngjù], 炊具[chuījù], ㊐ キッチン用品(きっちんようひん); 台所用品(だいどころようひん); 調理器具(ちょうりきぐ); 炊事道具(すいじどうぐ). 주방 설비(厨房設備) 家庭厨房设备[jiātíng chúfáng shèbèi]; 厨房设备[chúfáng shèbèi], ㊐ キッチン設備(んせつび); 台所設備(だいどころせつび). 주방 세제〘廚房洗劑〙 洗洁精[xǐjiéjīng]; 厨房洗涤剂[chúfáng xǐdíjì]; 餐具洗涤剂[cānjù xǐdíjì], ㊐ 台所洗剤(だいどころせんざい); 厨房用洗剤(ちゅうぼうようせんざい). 주방 시설〘厨房施設〙 家庭厨房设备[jiātíng chúfáng shèbèi]; 炊事用具[chuīshì yòngjù], 炊具[chuījù], ㊐ キッチン設備(んせつび); 台所設備(だいどころせつび). 주방 용품〘厨房用品〙[·-뇽‧] 家庭厨房用具[jiātíng chúfáng yòngjù]; 炊事用具[chuīshì yòngjù], 炊具[chuījù], ㊐ キッチン用品(きっちんようひん); 台所用品(だいどころようひん); 調理器具(ちょうりきぐ); 厨房器具(ちゅうぼきぐ). 주방장〘廚房長〙 厨师长[chúshīzhǎng]; 厨师傅[chú‧shi‧fu]; 主厨[zhǔchú], ㊐ 料理長(りょうりちょう). chef; chief cook

cf) 일본어에서는 가정집의 부엌은 일반적으로 ’台所(だいどころ), kitchen(キチン)’이라고 하고, 일본어 ‘厨房(ちゅうぼう)’과 중국어 ‘厨房[chúfáng]’은 음식점의 주방이나 식당, 학교, 병원 등의 대형 건물에 부속되어 있는, 요리하는 곳을 가리킴.


조리실【調理室】 (요리) n. 음식을 만드는 방. =요리실(料理室)

㊥ 烹饪室[pēngrèn shì], 料理室 ㊐ 調理室(ちょうりしつ)[chōri-shitsu], Ⓔ kitchen room.

예) 조리실을 갖추다.

<참> 조리(調理)(-하다)① n. 건강이 회복되도록 몸을 보살피고 병을 다스림. =몸조리(-調理)(-하다). 调理[tiáo‧lǐ], ㊐ 養生(ようじょう).

예) 산후 조리〘産後調理〙 产后调养[chănhòu tiáoyăng], ㊐ 産後(さんご)の養生(ようじょう)

cf) ‼일본어에서 調理(조리)는 ‘요리를 만드는 것’의 뜻으로만 쓰임.

조리【調理】(-하다)② n. 요리를 만듦. 또는 그 방법이나 과정. =요리(料理).

烹饪[pēngrèn], 做菜[zuò cài], ㊐ 調理(ちょうり). Ⓔ cooking

예) 조리 시설【調理施設】

cf) 일본의 메이지 시대(1868~)에 서양식 조리법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로, 한국어에도 수용되어 쓰이고 있지만, 중국어에서는 ‘요리를 만들다’라는 의미로 쓰이지 않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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