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김수영, 푸른 하늘)’에서 비상은 무슨 뜻일까? 영국의 랠프 본 윌리엄스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종달새의 비상’은 어떤 이미지를 표현한 것일까?
비상하다(飛翔―)는 하늘을 날다, 즉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것이고, 비상하다(飛上―)는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사전적 의미와 달리 언어생활에서는 자주 섞여 쓰인다.
하늘을 비상하는 새, 하늘로 비상하는 노고지리, 노고지리의 비상, 비상을 꿈꾸다.
이처럼 언어 현실에서는 혼동하여 쓰이기도 하지만, 비상하다(飛翔―)는 ‘날개를 펴고(翔) 하늘을 날다(飛)’는 뜻이고, 비상하다(飛上―)는 ‘(하늘이나 공중으로) 높이 날아(飛) 오르다(上)’의 뜻이어서 구별해서 써야 할 한자어이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1993년 2월 12일)에는 ‘비상’ 대신 순화한 용어 ‘날아오름’만 쓰라고 되어 있지만, 종달새가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묘사할 때 쓰기에 적합한 말이다.
중국어에서도 飞翔[fēixiáng]과 飞上[fēishàng]을 섞어 쓰고 있고, 특히 문학 작품에서는 주로 飞翔[fēixiáng]을 쓰는 경향이 있지만, 飞翔[fēixiáng]은 ‘(날개를 펴고 계속) 날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명사로 주로 쓰이고, 飞上[fēishàng]은 솟아오르는 동작을 강조하는 ‘동사’로 쓰인다.
일본어에서도 우리처럼 섞어 쓰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특이한 것은 일본어에는 ‘하늘을 낢’의 뜻을 가진 ‘飛翔(ひしょう)[hishō]’(이)라는 한자어가 있는 것과 달리, ‘飛上(비상)’이라는 말은 없어서 일상생활에서는 ‘飛(と)び上(あ)がる[tobiagaru]’에서 파생한 ‘飛上り[tobiagari]’나, 飛(び)立つ[tobitatsu]에서 파생한 ‘飛び立ち[tobitachi]’를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둘 다 명사로 쓰일 뿐만 아니라, '-하다'와 결합하여 동사로도 자유롭게 쓰이므로, 품사가 아닌 '의미'에 따라 구별하여 쓰면 된다. '자유를 위해 비상하다, 종달새가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는 것은 비상(飛上)이고, 하늘을 비상하는 독수리라고 할 때에는 비상(飛翔)이라고 해야 맞다.
영국의 음악가인 랠프 본 윌리엄스(R. V. Williams)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종달새의 비상(The Lark Ascending)은 제목 그대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자유의 아름다움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김수영, 푸른 하늘)’이라는 시구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