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현재)

by 프렌치힐

“왓슨 박사님?”


요환은 반가운 얼굴에 잘못하면 큰 소리를 낼 뻔했다.


왓슨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 요환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왓슨과 요환은 허리를 숙이고 골목을 기어갔다.


“반갑다는 인사는 나중에 해야겠구먼, 자네가 데려온 손님들 때문에 말이야.”


왓슨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지리는 내가 잘 아니까 나만 잘 따라오면 되네. 여기는 골목이 많이 있고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저들을 따돌리기 쉬울 거야.”


“박사님은 많이 도망 다녀 보셨나 보네요?”


“자네가 홀연히 사라진 후부터? 하지만 언젠가 자네가 날 찾아올 줄은 알고 있었네. 자네랑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네.”


“그러려면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겠네요?”


“그래. 그런데 자네 일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던데?”


요환은 순간 셀레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럴 수가! 박사님 어떻게 알고 계셨죠? 어디에선가 계속 보고 계셨군요?”


“계속 보고 있던 것은 아니고, 자네가 그렇게 파도바 시장에서 그 난리를 부렸으니 나도 자연스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지. 자,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디 그 어여쁜 아가씨는 어디로 가셨나?”


“저랑 반대편으로 갔어요.”


“반대편이라면 시장 입구 쪽으로 갔단 말이지?”


“네. 아마도요?”


“그럼 곧바로 파도바 광장이 나올 걸 세. 일단은 사람들이 많으니 눈에 금방 띄고 안전할 거야. 그들이 혹시 총을 갖고 있나?”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총을 쉽게 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위협을 한다면 큰일이겠군. 그들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니 말일세,”


요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저들의 눈을 피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는 것이 좋겠네. 여자랑은 나중에 합류하도록 하지.”


“안전한 곳이라면 저희도 파도바 광장 쪽으로 가야 하나요? 그 사람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


“아니, 거기보다 더 안전한 곳이 있지.”


“네?”


“바벨의 후예의 옛 본거지. 위대한 과학자들이 남긴 유산과 역사인 곳. 언젠가 자네랑 이곳에 오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네. 일 조이엘로에 말이야.”


“일 조이엘로!”


“우선은 거기까지 가는 것도 험난한 길이 될 것 같지만 말이야. 요환, 자네를 쫓아온 사내들이 모두 몇 명인지 알고 있나?”


“총 네 명입니다.”


“확실해? 다른 인원은 없었고?”


“네, 확실히 네 명이예요.”


요환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쪽에 보이는 사람들이 전부라는 얘기네?”


고개만 빼꼼 내밀어 큰 거리 쪽을 바라보니 정장 입은 사내 네 명이 일렬로 서서 길을 막은 채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일단은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냐고 문제인데...”


괴한들이 점점 다가오자 왓슨이 급한 듯이 말했다.


“요환, 우선은 움직여야겠어. 몸을 최대한 숙이고 저쪽 골목까지 뛰는 거야.”


그때 요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박사님, 혹시 막다른 골목이 있나요?”


“막다른 골목?”


“네, 그리고 그 골목 넘어서 되도록 큰길이 있어야 해요.”


“흠, 막다른 골목이라면 여기서 두 블록 정도 가면 있는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건가?”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박사님, 조금 뛰실 수 있죠?”


“무슨..?”


왓슨이 요환을 말리기도 전에 그는 골목을 뛰쳐나가 괴한들 쪽으로 달려갔다.


정장을 입은 사내들은 갑자기 골목에서 튀어나온 요환을 보자 오히려 놀란 듯 서로 웅성거렸다.


요환은 다시 골목으로 들어와 왓슨에게 소리쳤다.


“박사님 빨리 막다른 골목으로 갑시다.”


“아니, 무슨 말이야?”


“어서요, 시간이 없어요. 저들에게 잡히고 싶지 않다면 빨리요.”


요환이 급하게 재촉하는 터라 왓슨은 다시 허리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사님, 어차피 저들은 이제 저희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렇게 허리를 숙일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갔다가는 1분도 안 되어서 잡히고 말 거예요.”


왓슨은 요환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의 말처럼 최대한 빨리 달리는 것이 상책이었다.


“좋아. 자네를 믿겠네. 발목 잡지 말게나.”


“박사님이야 말로...”


왓슨은 말을 마치자마자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다.’


왓슨은 생각보다 빨랐다.


이러다가 자기가 잡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은 성인 남자 두 명이 함께 달릴 정도의 너비였고 행인이 없었기 때문에 요환은 왓슨과 일렬로 서서 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왓슨이 워낙 빨랐기 때문에 요환이 뒤에서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왓슨이 말한 대로 두 블록 정도 지나자 멀리서 막다른 골목이 보였다.


약 50미터 앞에 3층짜리 건물이 막혀 있는 완벽한 막다른 골목이었다.


요환은 뛰면서 말했다.


“박사님! 놀라시지 말고 쭉 뛰면 돼요.”


“쭉 뛰라고?”


왓슨은 요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앞에 골목이 있는데 계속 뛰라고?”


“네, 박사님. 생각해 보니 박사님은 한 번도 경험해 보시지 못했던 것 같네요.”


“경험? 뭐를?”


요환은 자신의 옷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그리고 달리고 있는 왓슨의 뒤통수에 총대를 겨누었다.


“당황하지 마시고 계속 뛰세요.”


“설마...?”


요환은 뒤를 돌아보며 괴한들과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그들은 바로 뒤까지 쫓아왔다.


요환은 비장의 미소를 지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펑 소리와 함께 왓슨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옆으로 비튼 뒤 다시 총을 자신의 관자놀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정장을 입은 사내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경악하며 선채로 얼어버렸다.


그들은 허탈한 채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큰 건물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쫓던 자들이 흔적도 없이 자신들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풍덩, 풍덩


그리고 몇 초 뒤 자신들을 막고 있는 건물 뒤쪽에서 무엇인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연이어 두 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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