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뛰었을까?
요환은 허리를 숙여 지면에 고개를 떨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위를 살피며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셀레나 무사히 피했을까?’
자신보다 셀레나가 더욱 걱정되었다.
그녀가 비록 현장에서 일하는 직무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유엔 방침에 따라 개인적인 호신술과 사격술 그리고 미행과 도청에서 벗어나는 법을 숙지하고 있다는 것을 요환이 알 길이 없었다.
베네치아에서 차를 렌트한 뒤 몇 분 후 검은 차량이 요환 일행을 따라왔다.
그들을 미행하는 사람들은 총 4명이었다.
요환 일행이 차에서 내리고 나서부터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들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셀레나는 요환에게 누군가 자기들을 따라오고 있다고 밝힌 뒤 그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잘 들어요. 박사님. 아무 말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 그럼 괜찮을 거예요.”
요환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하지 말고, 내 얘길 들어요. 저들이 노리는 사람은 아마 당신일 거예요. 바로 골목길에 들어가자마자 전속력으로 뛰어요. 그리고 골목길이 끝으로 나오면 바로 오른쪽으로 도는 거예요. 그럼 이쪽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골목이 하나 더 보일 거예요. 그쪽으로 돌아서 다시 이 자리로 와요. 당신이 골목을 지나 방향을 바꾸는 순간 저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거고 이 거리에서는 당신이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돌았는지 확인하지 못할 거예요. 내가 하는 말 이해 갔으면 고개를 한번 끄덕거려요.”
요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바로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면 파도바 대학까지 쉬지 말고 달려요. 그리고 거기 경비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안전한 곳에 있어요. 저는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여기서 왼쪽으로 달릴 거예요. 이따가 연락할게요.”
미행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셀레나는 침착했고, 이성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본인들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짧은 시간 내에 지리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지 정확하게 요환에게 지시까지 내렸다.
셀레나는 말을 마친 후 골목길 어귀에서 그를 밀치며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은 빠르게 길의 왼편으로 달렸다.
‘어떻게 알고 쫓아온 거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요환은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셀레나의 말대로 놈들은 자신을 노리는 것이 분명했다.
한참을 달리던 요환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뒤에 아무도 없는 것 같지?’
요환은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를 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럴 수가, 목표는 그녀였나?’
요환은 급히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가 뛰던 방향으로 뛰어갔다.
‘오, 셀레나!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그는 어느새 셀레나와 헤어진 곳까지 되돌아왔다.
요환은 그녀가 자신이 도망갔던 곳의 반대편으로 뛰어갔을 것이라 짐작하며 조심스레 골목으로 향했다.
‘도대체 왜 셀레나를 노리는 것이지? 처음부터 내가 목적이 아니었나?’
요환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걸어갔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선글라스를 끼고 정장을 입은 사내 두 명이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었다.
요환은 골목길 어귀에서 고개만 내밀어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도 셀레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오히려 요환은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 도망친 모양이군. 그나저나 저자들은 누구일까?’
그때 정장을 입은 괴한 중 한 명이 요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요환과 눈이 마주쳤다.
‘아뿔싸’
사내는 요환을 보자마자 옆에 함께 서 있던 사내에게 뭐라고 말하며 그를 가리켰다.
요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며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파도바 시장을 가로지르며 다급하게 뛰었다.
뒤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신을 뒤쫓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봤을 때는 괴한이 두 명밖에 없었지만, 뒤에서는 4~5명 정도가 쫓아오는 것은 소리가 들렸다.
점점 숨이 차올랐다.
‘미리 운동 좀 해둘걸.’
요환은 고개를 살짝 돌려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같은 복장을 한 세 명의 사내가 자신을 뒤쫓아 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리가 상당했지만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잡히겠어.’
계속 뒤를 돌아보니 오히려 잘 뛰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요환은 앞만 보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못 뛰겠어.’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뒤에서는 아직도 누군가 자기를 쫓는 소리가 들렸다.
‘저 골목을 돌아서 적절히 숨을 곳을 찾아야겠다.’
요환은 눈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였다.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강하게 끄는 힘에 요환은 달리고 있던 터라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졸지에 바닥에 엎드려진 꼴이 된 요환은 강하게 자신의 손을 쥐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