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과거)

by 프렌치힐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주위가 새하얀 연기로 가득 찼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아아악”


여기저기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요환은 자욱한 연기 속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차츰 안개가 걷히자 주위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시험관 유리 파편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고 실험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기가 걷힌 그의 눈앞에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광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잠시 후 미간 쪽을 강하게 누르는 아픔이 느껴졌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의 이마 쪽에서부터 콧등까지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요환은 자신의 옷소매로 이마부터 콧등까지 훑어 내렸다.


새하얗던 옷소매가 붉게 물들었다.


‘피...’


정신이 혼미해지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며 눈이 감겼다.


“요환, 정신이 들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요환은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일어날 힘이 없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요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캐서린. 뭐가 어떻게 된 거죠?”


“기억이 안 나나요?”


“아뇨. 얼핏 기억은 나요. 사고가 난 거죠?”


캐서린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네, 엑시온이 폭발했어요.”


“우리 연구원들은 어떻게 됐죠?”


요환의 물음에 캐서린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머뭇거리는 캐서린의 모습을 보며 요환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말해 봐요. 캐서린. 인명 사고가 있었나요? 아니면 모두 무사한가요?”


“요환, 놀라지 말아요. 우리 연구원 5명이 죽고 3명은 아직 의식이 없어요. 3명 정도가 중상이고 경상만 10명이 넘어요.”


요환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렸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밖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액시온 실험을 그렇게 반대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 거요?”


핫산이 흥분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윽박지르고 있었다.


“실험을 하다 보면 사고도 있을 수 있는 법이요. 일단은 차분하게 사고를 정리해 봅시다.”


왓슨 박사는 흥분해 있는 핫산을 안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안 박사에게는 지금처럼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소.”


“도대체 박사님께서 왜 그를 그렇게 감싸는지 잘 모르겠네요.”


방문이 활짝 열리고 왓슨과 핫산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 캐서린 먼저 와 있었구나. 그래, 요환의 상태는 어떠니?”


“방금 마침 정신이 든 것 같아요. 하지만 사고 난 일을 정확히 기억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요환은 여전히 벽 쪽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박사님 죄송합니다. 도저히 박사님의 얼굴을 뵐 수 없습니다.”


“괜찮네, 요환. 괜찮아. 과학자라면 누구든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그것이 우리의 일이고.”


“하지만 저 때문에 사람이 죽었어요. 사람이 죽었다고요.”


요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반쯤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왓슨은 요환이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캐서린과 핫산은 잠시 나가 있었으면 하네. 단둘이 좀 있고 싶군.”


캐서린과 핫산이 나가자 왓슨은 요환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이번 일로 자네가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네.”


“박사님. 사람이 죽었어요...”


요환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물론 이번 사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네.”


왓슨 박사는 돌아 누워있는 요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박사님, 저는 아직 그 사람들 얼굴도, 그리고 이름도 다 몰라요.”


“그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네가 분발하지 않으면 안 돼. 그것이 그들을 위해 자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네.”


왓슨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여전히 요환은 고개를 벽 쪽에 돌린 채 훌쩍이고 있었다.


“빠른 시일 안에 복귀했으면 하네. 자네도 후두부에 충격이 있었으니 일주일 정도는 쉬는 것이 좋을 거야. 자네가 그렇게까지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안타깝네. 어쨌든 빨리 복귀하기를 기도하겠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요환은 홀로 방에 남겨졌다.


박사가 밖으로 나가자 그는 더욱 흐느끼며 울었다.


요환에게 있어서는 처음 겪어보는 실험사고였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마치 과거에 이러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이 지금의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전 09화3.9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