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우연히 만난 볼링 치는 학
구력 0 / 에버리지 60
3개월 전, 인생에서 처음으로 취미가 생겼다. 바로 볼링이다.
볼링, 우연한 시작
볼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사내 볼링 대회였다. 사실 이전까지는 볼링을 쳐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에버리지는 60점에서 80점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수준이다. 그런 내가 팀 대항전에 출전하게 되었다. 출전을 자원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막내였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나 빼고 다 40대이시다.
"어우 전 허리가 안 좋아서..."
"나는 무릎이 아파."
다들 몸 쓰는 것을 꺼려하신다. 자연스럽게 "튼튼한 막내는 선수 확정"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다행히 나는 이런 자리를 내빼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참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약간 관심 종자다.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꼴찌를 하더라도 나를 탓할 사람은 없다. 그래도 너무 못하면 창피하잖아?
볼링 모임에 가입하다
'일단 볼링을 쳐보자! 그런데 누구랑 치지?'
볼링을 혼자 치는 선택지는 없다. 지금까지 친구들과 락 볼링장만 가보았다. 그런 나에게 볼링장은 술 마시며 노는 유흥업소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곳에 혼자 갈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초보자 볼링 모임에 가입했다. 정모가 있어 바로 참가하였다. 참가 인원은 8명. 다들 생각보다 잘 쳤다. 사실 왕초보인 내 눈엔 거터로 안 가고 핀만 쓰러뜨려도 잘 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내 차례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 것이 느껴졌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투구를 했고 공은 얼마 안 가 거터(도랑)로 빠졌다. 모임 사람들은 괜찮다고 응원해 줬다. 그 힘을 받아 한 번 더 투구하였고 다행히 다수의 핀이 넘어갔다!
이제 모임장이 투구할 차례다. 모임장의 실력은 왕초보인 내가 봐도 남달랐다.
군계일학(群鷄一鶴)
어프로치에 선 모습이 누구보다 편안하다. 한 발자국씩 걷는다. 쥐고 있던 볼링공을 앞으로 내밀었다. 곧바로 떨어진 공은 어깨를 축으로 해서 그대로 몸 뒤로 넘어갔다.
그다음 장면에서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공이 180도 수직으로 올라간 것이다. 공은 거의 천장에 닿을 듯하다. 정점을 찍은 볼링공은 지구의 끌어당김을 받아 무겁게 내려온다. 깔끔한 슬라이딩과 함께 대포알이 발사된다.
쿵!
레인 중간에 떨어진 볼링공은 빠르게 회전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핀을 향해 들입다 몸을 던진다. 모든 핀이 날아가듯 쓰러진다. 스트라이크!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나는 아직도 그의 투구를 잊을 수 없다. 마치 충격적인 예술 작품을 찾은 기분이었다!
'우와.. 이게 볼링이구나. 한 마리의 우아한 학 같다.'
그 학은 알고 보니 볼링 선수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