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인.형!
생일 선물로 미미 인형을 받고 싶다는 너를 보며
열한 살, 초등학교 4학년의 나를 떠올렸어.
풍선문구 내 친구네 가게였던 그 곳에서
너무 예쁜 미미를 만나고는 자리에 붙어버렸지.
데리러 온 엄마에게, 지금 네 외할머니시지.
저 미미가 정말 갖고 싶다고,
'4학년이나 됐는데 무슨 미미야 부끄럽게' 라고
엄마도, 풍선문구 사장님, 세준이 엄마도 말리시는데
눈물이 뚝뚝 흐르는거야...
결국 그 미미를 품에 안고서야 집에 돌아왔던 것 같아.
그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네가
처음으로 갖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고 떠나질 못했던 걸 사주지 못했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어찌 그 아이가 눈에 띈 건지
해맑게 웃으며 종종 달려간 너...아마 그때가 6살이었을 거야.
엄마가 보기에도 탐이 날만큼 예뻤어.
가격을 물어보니 21만 9천원...
네게는 한 두 번 신고 금방 큰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 그때 그 부츠를 사줄 능력이 엄마는 없었어.
웬만하면 사주라는 네 아빠도 가격을 듣더니
그 금액이면 "당신 부츠를 사겠다"라고 할 정도로 당시 우리 부부에겐 부담이었어.
그때 집이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이었고
그때까진 이 엄마가 백화점을 가서 내 지갑을 열었던 적이 없던터라
물가가 그렇게 된 줄 몰랐던 거지.
너와의 첫 쇼핑에 부푼 꿈을 꾸고 간 백화점에서 너도 나도 울었다.
그 부츠가 기억에 남은 게 아니라
그날의 네 눈물이 마음에 박혔어...
아이스크림으로 약간의 미소를 찾아주긴 했지만
차에 돌아와서도 고개를 묻고 눈시울을 붉히던 네가 아직도 엄마 눈에는 밟혀서...
외할머니도 그러셨을까?
언젠가 미미의 집을 사주시지 않은게 무척 아쉽고 속상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쉬라의 집, 미미의 화장대 등 다른 건 사줬지만
"그 장난감은 너무 비쌌어"라고 말씀하시는 내 엄마의 말씀이 생각이 나...
그런 엄마에게 난 오늘도 받기만 했단다.
내 옷, 내 신발, 내 새끼 옷들은 사면서
젊은 시절 모든 걸 내어준 울 엄마에게는 명품 가방 하나 사드리지 못하고
큰이모가 선물로 주신 명품백을 고스란히 내가 받아왔어.
돈 벌면 엄마 예쁜 옷이랑 액세서리 다 사주겠다고
대신 엄마 옷을 물려달라는 네게
다 물려주면 엄마 입을 옷 없냐고 걱정하는 아홉 살 너에 비해
나는 참...불효녀인 듯 하다.
네게는 다 물려주고 더 사주고 그러면서도 해주지 못한 걸 미안해 하겠지...
울엄마도 우리에게 그런 마음이실텐데...
그 마음을 나는 받기만 했구나.
여전히 미미인형을 사달라고 한 자리에 서 있는 그 꼬마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