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책을 읽은 게 도대체 언제인지 희미해져 버렸다. 그래도 그때는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번갈아 침을 묻히면서 한 장씩 책을 넘기는 재미가 있었다.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종이가 종이에 쓸리면서 나는 경쾌한 소리는 나를 더욱 깊숙이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책이라는 악기와 함께 눈동자로 리듬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독서에 빠진 건 아니었다. 가끔씩 읽는 종이 책의 맛은 갈증이 심할 때 마시는 콜라 같은 느낌이었다. 콜라도 딱 처음 한 모금이 상쾌하고 맛있지 그다음부터는 그냥 그렇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난 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나를 찾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독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밀리의 서재'라는 온라인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여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특별히 원하는 책을 찾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읽는 나로서는 모바일로 잡다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한 달은 무료라길래 한 번 체험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용할수록 나는 전자책만의 매력에 빠져 종이책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나름 전자책이 주는 장점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난 한 달 무료 구독을 끝내고도 유료로 전환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오늘은 내가 1년 동안 이용하면서 깨달은 전자책 온라인 구독 서비스의 장점을 좀 얘기해보려고 한다.
저렴하게 다양한 책을 맛보다
얘기했던 대로 전자책 구독 서비스 첫 달은 무료인 경우가 많다. 나는 밀리의 서재만 이용해 보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얘기해 보면, 첫 달에 무료로 이용한 후에도 단 돈 만원에 한 달 동안 플랫폼에 올라온 책들을 무제한으로 읽어 볼 수 있다. 솔직히 '이렇게나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읽어도 되나?' 하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정도다. 나도 작가를 꿈꾸기에정성을 다해 쓴 책 한 권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행해서 출간했다면, 그나마 죄책감이 덜해진다. 오히려 손가락 서점이 사람들에게 더욱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기에 전자책으로 인한 홍보 효과가 더해지고, 추가적인 부가 수입이 생길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내 기준에선 너무나 저렴한 가격으로 다방면의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으니, 내 핸드폰에 설치된 어플 중 이만큼 훌륭한 플랫폼은 손에 꼽을 만하다.
독서의 습관화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혜택을 본 것이 스스로 독서를 습관화했다는 것이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굳이 대중교통을 탈 때나 카페에서 책 읽는 지식인이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다면, 두꺼운 종이 책을 갖고 다니는 것도 좋다. 이 외에도 종이책의 매력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난 이 전자책의 접근 편의성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본다. 어차피 들고 다니는 시계인 나의 핸드폰으로 언제든 어플을 열어 책을 읽을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할 때나, 회사 점심시간이나, 큰 볼일을 볼 때나, 아이에게 잠깐 동안 핑크퐁을 틀어줄 때나, 캠핑장에서 뒤늦게 아이를 재우고 까만 하늘에 수놓은 별과 탁탁 튀기는 모닥불을 배경 삼아 술기운과 함께 의자에 늘어져 있을 때도 난 손쉽게 모바일로 읽고 있던 책을 꺼내 볼 수 있다. 이렇게 틈틈이 읽다 보니 굳이 시간 내서 독서를 하겠다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다짐을 없앨 수 있었다. 그저 인터넷 기사 보듯, 커뮤니티 인기글 보듯, 유튜브 영상 보듯 전자책을 열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면 한 권, 한 권 온라인 책꽂이에 내가 읽은 책들이 쌓여가는 만큼, 내 교양과 깨달음이 점차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
편리한 부가 기능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다양한 부가 기능들로 한층 더 다채로운 된 독서를 할 수 있다. 먼저 전자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오디오북 서비스이다.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는 유명한 배우의 목소리가 책을 대신 읽어준다. 나는 한 번도 오디오북 서비스는 이용해 본 적은 없다. 책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나 도저히 핸드폰 화면을 열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 들을 수만 있는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장시간 운전하거나, 반복적인 단순 업무를 할 때 라디오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운전할 때만큼은 음악을 들으며 샤우팅을 질러줘야 운전 스트레스가 날아가기 때문에 운전하는 차 안을 나만의 노래방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오디오북을 듣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자책을 읽으면 또 다른 많은 부가 기능을 이용할 수가 있다. 읽은 글을 하이라이트로 밑줄 긋기가 가능하고, 다 읽은 책의 하이라이트를 모아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혹시나 글을 쓰다가 읽은 책의 문구를 활용하고 싶다면, 하이라이트 모음을 뒤적뒤적해본다. 운이 좋으면 브런치에 올릴 글감에 대한 아이디어도 몇 가지 얻어 낼 수 있다. 책갈피 기능은 애써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굳이 혈안이 되어 잔디밭을 뒤지며 네 잎 클로버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코팅도 안 해도 된다. 그저 손가락 한 번 까딱으로 어디까지 읽었는지 체크해 놓을 수 있다. 또한 모르는 단어나 용어들을 긁어서 온라인 사전으로 바로 검색하는 기능도 있다. 어려운 책들은 이 기능이 절실히 필요하며, 책을 이해하고 문해력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서 이용 가능한 '나만의 서재'에서 지금껏 읽은 책의 목록과 나중에 읽기 위해 관심 표시를 해놓은 책들을 살펴볼 수가 있다. 아이의 장난감으로 집도 비좁은데 서재는 온라인으로 족하다. 이렇게 다양하고 편리한 부가 기능들이 독서를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장점을 나열하다 보니, 무슨 밀리의 서재 홍보팀 담당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에, 핸드폰으로 책을 읽다 보니 여러 알람들 특히 카톡, 당근, 배달 등이 지속적인 독서를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독서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지 않으면, 모바일 게임, 유튜브, 웹툰 등의 샛길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종이 책에 비해 전자책이 주의 집중력을 잃기가 쉽고, 다 읽고 난 뒤에도 내용을 기억해내는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정말 그러한 게 나도 전자책을 읽다가 다른 생각으로 빠지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서 독서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읽다가 다시 몇 페이지 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꽤 많다. 결국 전자책과 종이책 중에 선택은 본인의 상황과 기호에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전자책도 하나의 독서 옵션으로 가져간다면, 좀 더 새롭고 다채로운 취미 활동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