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이 찾아온다. 금요일은 직장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불금'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말 그대로 불태우며 보내는 금요일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금요일이 되면 회사 분위기가 오묘하게 달라진다. 일주일의 마무리와 주말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복장 또한 좀 더 화려해지곤 하는데, 사람들은 업무 시간이 끝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다들 그날의 약속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동기들과의 모임이 있을 거고, 누군가는 가족과 행복한 저녁 식사를, 누군가는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 위해, 또 누군가는 본인만의 취미를 즐기기 위해 마음먹고 있을 것이다. 이 특별한 '불금'을 본인들만의 추억의 날로 만들고자 애쓰는 것이다. 이런 금요일이 사실 헬스 하기가 가장 좋은 날이다. "아니, 금요일까지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하고 있으면 너무 처량하지 않나요?"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나는 6년 간 헬스를 하면서 금요일이 여러모로 헬스 하기 딱 좋은 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금요일이 헬스 하기 좋은 이유에 대해서 글을 좀 써보고자 한다.
쾌적하고 상쾌한 기분
일단 금요일 저녁엔 다른 날 보다 헬스장에 사람들이 없다. 다들 각자의 특별한 추억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일주일 간 피로가 쌓여서 금요일엔 쉬고, 주말에 여유 있는 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기도 하다. 어쨌든 난 일부러 금요일만은 꼭 헬스장에 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우선 헬스장에 들어서면 음악소리만 가득하고, 몇몇 사람들만이 그 음악에 맞춰 자기만의 운동을 하고 있다.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힘겨움에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가 꽉 찬 음악 소리에 스며들어갈 만큼만 작게 들린다. 오히려 나한텐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다. 헬스장이 이렇게 고요하니, 더욱 쾌적하게 느껴진다.그 쾌적함은 소리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고, 코를 찌르던 땀 냄새도 은은하게만 내 코를 스쳐 지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많이 없기에 내가 오늘 하고자 하는 운동 프로그램도 막힘 없이 술술 진행할 수 있다. 평소였으면 눈치 싸움하기 바빴을 벤치나 랙도 내가 원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쾌적한 분위기에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땀을 흘리니 상쾌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오늘의 운동 프로그램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생각보다 빨리 운동을 마무리할 수 있고, 수분이 꽉 차 팽팽해진 근육이 느껴지며 '오늘 운동 잘 먹었네'라고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게 된다.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
금요일에 헬스장에 사람이 많이 없어도, 금요일마다 오는 사람은 꼭 있다. 금요일에 다른 곳도 아니고 헬스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이유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금요일이 운동하기 쾌적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도 있을 테고, 금요일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매일 같이 운동하기에 그날도 당연히 운동하러 왔을 뿐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 안에 속해서 함께 운동하고 있노라면, 사람이 얼마 없기 때문에 그들 면면을 관찰하게 된다. 다른 날 보다 그날은 유독 헬스 고수분들이 눈에 띈다. 그들에겐 금요일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다. 그저 본인만의 패턴대로 운동을 해나가고 있다. 찐 헬창이다. 이런 분들 옆에서 운동하면서 운동법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따라 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그분들이 나에게로 다가와 자세를 잡아주고 알려주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공짜로 PT 받는 기분이다. 이런 분들과 함께 운동하니 의욕도 불타오르고, 마치 나도 헬스 고수가 된 기분이 든다. 헬스장에서 좋은 만남을 갖고 싶다면, 금요일이 제격이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금요일마저도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운동에 진심이라는 것이고 자기 관리가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존감 뿜뿜
다른 사람들은 그들만의 약속으로 금요일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헬스장에 와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별 다른 약속도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주간에 쌓인 피로가 누적된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걸 해냈다. 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유혹을 이겨냈고, 저녁을 다 먹고 지친 몸을 뉘어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것에서 스스로를 분리해냈으며, 금요일만 되면 더욱 재밌어지는 TV 예능과 넷플릭스의 콘텐츠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빠져나오는 노력을 한 것이다. 힘겹고 처절했지만 잘 이겨냈고, 자랑스럽게도 헬스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불타는 금요일에 근육을 불태워 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특별한 금요일에는 더욱 특별한 의지로 운동을 하니 내 스스로 보람도 느끼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 다른 유혹을 모두 뿌리치고 자기 관리를 위해 이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절대 약속이 없어서 또는 심심해서 온 게 아니다. 만약 그렇다고 했다면, 난 집에서 머무르며 시간을 때웠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었다. 이러한 자기 최면이 더욱 헬스의 욕구를 솟아오르게 만들며, 운동이 다른 날보다 잘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거울로 몸을 비춰보니 다른 날보다 근육이 더 펌핑된 것 같은 느낌도 들어, 더욱 자존감이 상승하기도 한다.
막상 매주 돌아오는 금요일이 되면, 퇴근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 번 금요일에 눈 딱 감고 모든 일을 마치고 헬스장에 가보면, 그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날과는 다르게 금요일 저녁만의 헬스장 분위기와 그 속에서 더욱 열을 내며 운동하는 멋진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들이 나를 지속적으로 금요일 저녁에 헬스장에 가게 한다. 오늘도 역시나 금요일이 돌아왔다. 이번만큼은 약속을 토요일로 미루고, 집에서 머무르며 시간 보내지 말고, 다른 취미활동은 접어두고 헬스장으로 발길을 옮겨보도록 하자. 그런 작지만 새로운 도전이 나를 더 값지게 만들고, 내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