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튜브로 안 보고 책으로 읽으세요?

"책으로 읽고 싶어서요!"

by 똥이애비

요즘과 같은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서 우린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워낙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있어서 언제든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보통은 본인의 관심 영역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자기 계발, 경제, 육아, 헬스 등의 분야를 중점적으로 찾아보는 편이다. 이렇게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 또는 현재 내가 살아가는 삶과 유사한 분야를 찾아 정보를 얻고 재미도 추구한다. 아마 대부분 비슷한 목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며 볼 수도 있고, 정말 깊이 있게 배우고 학습하려고 보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여러 갈래의 길로 나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유튜브, 책, SNS, 뉴스, TV, 라디오, 온라인 미디어 등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서 본인의 콘텐츠 소비 욕구를 해소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목적에 따라 도구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대략적으로 알고 싶을 때 인터넷 뉴스 기사와 온라인 커뮤니티 인기글을 읽어본다. 경제를 쉽고 재밌게 이해하기 위해서 '슈카 월드',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 등의 유튜버를 구독한다. 자기 계발에 심취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판매 중인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자극을 받고,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타면서 헬스 유튜버의 영상을 시청한다. 더 깊은 배움이나 사유를 위해서는 그날그날 손이 가는 책을 꺼내어 읽는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시기적절하게 본인에 취향에 맞는 식으로 본인의 관심 영역의 콘텐츠를 즐긴다. 가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간다.


"와, 이번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엄청 재밌더라. TV로 본방 사수하느라 수요일, 목요일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해."


"그거 넷플릭스에 본 방 끝나면 바로 올라와서 그걸로 봐도 돼."


"나는 그거 안 봤는데, 최근에 대본집으로 판매해서 읽어 보려고."


"그걸 왜 책으로 봐...?"


이렇게 재밌게 만든 영상을 왜 책으로 읽는다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예로 들었지만, 유튜브도 마찬가지이다. 유튜버 '김작가TV'를 보게 되면, 게스트가 나와서 본인이 최근 출간한 경제 또는 자기 계발 관련 서적을 소개하고, 이 내용을 말로 풀어서 인터뷰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이 영상에서 책의 내용을 아주 상세히 설명해주므로 굳이 책까지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하나의 콘텐츠가 이슈가 되면 책으로도 나오고,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TV에도 나오고, 영화로도 제작된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즐기게 되는데, 아무래도 영상매체로 보는 것이 즐기기에는 용이하다. 이 와중에도 난 책으로 읽고 싶은 목적과 분야가 나름 정해져 있는 편이다.


1)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

최근 독서를 하면서 철학, 역사, 사회, 경제 등 인문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유튜브로도 분명 훌륭한 영상들이 많을 테지만, 나는 유튜브로는 이러한 분야들을 재미로 보는 편이고 최대한 전문 지식의 습득은 책으로 읽는 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방식이 기억에도 오래 남고, 나만의 속도로 이해할 수 있어서 공부하기에 좋다. 물론 영상으로도 정지 버튼을 누르거나 다시 되돌리기를 통해 공부와 반복학습이 가능하지만, 나에게 흘러가는 영상을 멈추는 것은 마치 폭포수를 가르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2) 자기 계발을 위한 동기 부여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원하는 목표로 꾸준히 달려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나는 이러한 동기 부여를 영상 매체보다는 독서를 통해 찾는다. 유튜브나 책이나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나와서 자신의 성공담을 말하고 거기서 깨달은 바를 전달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결국 그 내용을 받아들일 때 나에게 좀 더 자극이 될 수 밌는 방식이면 족하다. 나는 영상으로 시청할 때보다는 책으로 읽었을 때 '내용의 동기화'가 잘 되는 편이다. 즉, 내가 읽는 행위를 통해서 더 주체적인 내면의 목소리로 스스로를 콘텐츠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적합한 자기 계발서를 고심 끝에 고르고는 천천히 읽는다. 읽는 과정 동안 책의 내용은 '왜 아직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야?'라며 계속 내 옆구리를 찌른다.


3) 깊은 사유

대표적인 철학자인 데카르트에 의하면 사유란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어떠한 대상을 두루 생각하기 위해서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영상 매체로는 흘러가는 내용 속에서 내 생각을 고민하고 정리할 여유가 많이 없다. 단지 다음의 내용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멈추고 생각하고 다시 들으면 안 되냐고 말할 수 있지만, 영상의 자극이 뇌에 중독을 만들어내서 생각보다 멈추는 게 쉽지가 않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냐 하면 밤에 책을 읽으면 몇 페이지 넘기지도 못하고 쉽게 잠드는데, 밤에 영상을 보면 새벽까지도 보게 되는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 좀 깊게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싶을 때는 책을 통해 나의 관점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를 '정체성'이라고도 말하는데,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남의 관점이 마치 나의 생각인 것처럼 세뇌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특정 상황에 마주쳤을 때 내 주장이 아니라 어디서 듣고 읽은 내용만을 주구장창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깊게 사유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동일한 내용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에게 시간을 소비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소중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콘텐츠에 합리적으로 소비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접해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나의 방식으로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두루두루 보고, 듣고, 읽고, 말하고, 쓰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향유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는 이 글 초반에 했던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왜 유튜브로 안 보고, 책으로 읽으세요?"


"책으로 읽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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