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Jan 01. 2023

나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가?

"2023년 행복 가득 채우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연인과 정동진에서 해 뜨는 것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가족들과 단란한 아침 떡국을 든든하게 먹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할 수도 있고, 달력을 보면 연간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테다. 나도 아이가 없을 때는 아내와 아차산에 올라 해 뜨는 것을 바라본 적이 있다. 서로 춥다고 벌벌 떨며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후회가 들  때쯤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눈빛을 반짝이는 이들도 있었고, 무언가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는 듯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앙다문 채 웅장하게 떠오르는 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새해 기운을 듬뿍 받는 중에 괜히 입을 벌려 그 기운이 빠져나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고서는 한동안 새해든 뭐든 일어나자마자 아이를 케어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2023년 새해는 눈을 뜨자마자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달라진 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분명 좀만 있으면 아이가 일어나 바로 아빠에게 달려와 "오늘 뭐 하고 놀아요?"라는 말로 부담을 안겨줄 것이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육아가 여유로워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며 시작하는 새해 첫날은 나름 의미 있게 변화한 일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며 시작하는 하루는 나에게 행복감을 지속시켜 주기도 하고, 새해 첫날부터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함으로써 앞으로의 한 해가 행복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소망이 담겨있도 하다.


  2023년 새해를 맞은 기념으로 나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작년 9월부터 주기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는 글을 쓰는 행위가 나에게 이러한 만족감을 안겨줄지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행복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일상생활 중 무엇을 할 때 흐뭇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이전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3년 나의 삶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행복

  아이가 이제 4살이 되는 해이다. 예전에 3년의 신혼 생활을 했지만, 아이를 낳는 것 자체에는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민이 깊어질수록 아이를 낳기는 힘들 것 같았다. 단순히 결혼을 했고, 아내와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었다. 하지만 30개월 가까이 아이를 키워오면서 어렵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옹알이를 하고, 부드러운 응아를 하고, 공갈 젖꼭지를 빨고, 뒤집고, 기어 다니고, 아빠를 보고 웃어주고, 일어서서 걸음마를 하고, 엄마와 아빠를 말하는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행복이었다. 힘에 부쳐도 아이의 한번 웃는 모습만으로 전부 보상이 되었다. 올해부터는  미운 네 살이라고 하지만, 아직 쑥쑥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가 나에게 어떠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또한 나는 그렇게 커가는 아이를 보고 얼마나 행복해할 것인가가 기대된다. 아이가 주는 행복은 키워봐야만 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는 조금 천천히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점차 생기게 될 듯싶다.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

  서두에 글을 쓰는 행복을 잠깐 얘기했지만, 글을 쓰는 행위가 나를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남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려면 우선 독서를 많이 해야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깊은 사유를 해야 한다.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뿐만 아니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어떻게 쓸지 구상하고, 어떤 표현이 좋을지를 따져보는 것이 글쓰기의 전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스스로 성장하기에 아주 적합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실천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맛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다. 나는 성장하지 않고 정체된 삶은 죽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10년 동안 하면서 더 이상 업무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껴졌을 때 매너리즘에 빠져 좌절했었다. 이번 연도부터는 새로운 업무를 맡으며 새롭게 성장하는 기회를 앞두고 있어 힘은 들겠지만 기대되는 한 해가 될 듯싶다. 이에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서 살아 숨 쉬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새롭게 다짐해 본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만족감

   인간의 욕구 중에 나는 식욕을 충족하는 것에 커다란 만족을 느낀다. 맛있는 음식과 그에 걸맞은 술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자리는 큰 행복을 안겨준다. 작년 평창에 아내와 딸과 함께 놀러 가서 먹은 뷔페가 그랬고, 부부 모임으로 펜션을 빌려 가리비와 석화를 하이볼과 실컷 먹은 날이 그랬다. 올해는 어떠한 모임과 어떠한 메뉴와 어떠한 술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야 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연락해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원할 때 소중한 사람들과의 맛있는 식사자리를 통해 최대치의 행복을 끌어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도 그랬지만, 올해의 만족스러운 식사 이야기도 글로 남겨볼까 한다. 나의 행복이 많은 이들에게 전염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과 자아실현의 행복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행복은 결국 내 마음에 달려있다. 고통과 실패로 그저 좌절만 하고 끝낼 것이냐, 극복하거나 새롭게 배움으로써 깨달음의 행복을 추구할 것이냐는 결국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뜻이다. 지겹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은 풀 숲에서 눈을 부릅뜨고 네 잎 클로버를 찾는 행위와 같다. 샅샅이 뒤져 발견한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뿌듯한 만족감을 주듯이 일상 속 깊은 사유와 깨달음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은 자아실현까지도 이루게 해 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그리고 이를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 최종적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은 결국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인 것이다. 행복을 굳이 힘들게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없고, 내 삶 가까운 곳에서도 무한정 깔려 있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깨달음과 자아실현 속에 있다. 올해도 일상 속 깨달음이 주는 성장의 재미와 나를 나답게 만드는 발견의 재미를 기대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재미를 찾는 과정에서 충만한 행복을 느끼길 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