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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11. 2023

모든 상황은 환경에 의존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환경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얼마 전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다시 한번 상기할 기회가 생겼다.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이미 유명한 책이지만 간단히 요약해 보면, '왜 유라시아 인들이 원주민들보다 문명이 앞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종적인 차이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과거 인류의 편견을 깨고, 대륙 간의 환경적 차이에 의해 문명 발달의 속도가 달라졌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요즘 시대에 비춰 보면 마치 유라시아 인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환경적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환경적인 불평등은 인류의 학살과 정복을 불러왔고, 지금과 같은 강대국과 약소국이 인종 차별적인 방향에서 구분되었다. 결국 인종적 우월함은 유전자에서 온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단단한 편견을 깨부수는 아주 획기적인 내용이라 놀랍고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책을 또 읽은 것은 아니지만 TV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번엔 내 가까이의 삶 속에서 이 책의 내용을 빗대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가 있는 지금의 위치, 더 나아가 사회적인 불평등은 환경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지 않을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생겼다. 마치 책의 원주민이 유라시아인에게 했던 질문처럼 말이다.


"왜 당신네들처럼 우리 원주민들은 문명이 빨리 발달하지 못했을까요?"


이 질문을 내가 처한 사회적 상황에 빗대어 바꿔보면,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을 테다.


"왜 나는 당신들처럼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당신들'은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성공을 정의하는 기준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보통 부와 권력이 큰 사람들 또는 사회적 명망이 높은 사람들, 존경받는 위인들이 될 것이다. 왜 나는 이들에 비해 극히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느냐는 말이다. 물론 내 노력이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삶에서의 큰 차이는 책에서도 말한 것처럼 각자가 살아온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이 사실을 몸소 깨닫고 있는 듯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미 구시대적인 발상이 되어 버렸다. 이와 반대로 요즘 사회적으로 '금수저론'이 부상하면서 태어난 환경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의 차이를 확연히 다르게 바꿔놓는다고 인지한다. 이러한 사회를 바라보는 과거와 요즘의 인지적인 차이는 결국 노력보단 포기를 일찍 배우게 되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오오력이 부족해!"라는 말이 전형적인 꼰대의 언어로 치부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결국 부의 세습을 불러와 상위 계층이 돈의 힘으로 사회적 성공을 누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반대로 돈이 없는 하위 계층은 성공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게 된다. 돈이 곧 권력, 배려, 여유, 명성, 도전, 실패, 다시 도전이 는 것이다.


  그럼 결국 태어나고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내 삶과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고,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을 탓해도 될까? 내가 처한 상황이 환경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것은 맞지만, 그 틀 안에서 내가 살아오면서 노력하고 결정하는 것들에 의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 현대사회는 아무리 헬조선, (회)노비라고 하더라도 조선시대 노예제도처럼 불가역적인 신분제도는 아니기 때문, 환경을 탓하며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내버려 두기엔 삶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자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성공을 목표로 환경이라는 틀을 자꾸 넓혀가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환경에 한계를 두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보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그게 힘들다면 그들의 강연을 찾아다니고, 그것도 힘들다면 그들이 쓴 책을 읽는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자극받고 내가 처한 환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넓히고 넓힌다. 그러한 노력과 시도들은 이런 생각까지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이 울타리를 한번 뛰어넘어 볼까?'


  이렇게 도달한 결론은 내 행동을 바꾸고 내 결정을 바꾸어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 성공에 점차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모든 상황은 환경에 의존하지만, 우리에겐 그 환경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총, 균, 쇠>에서는 마지막 챕터에서 환경적으로 유사한데 중국이 유럽에 비해 발달하지 못했던 것은 나라가 빠르게 통합되어서 분열된 유럽인들처럼 외부로 눈을 돌리고, 주변 국가들과 경쟁하려는 노력이 없어서였다고 말한다. 즉, 환경이 갖춰져 있더라도 성장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언젠간 뒤처질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역으로 말하면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희망을 갖고 노력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그러한 환경이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스스로가 지금 당장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 같다고 하더라도, 결코 환경을 탓하며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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