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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14. 2022

회사 생활에서 내 사생활을 지키는 법

"사생활이라는 기름을 인간관계라는 바퀴에 얼마나 뿌릴 것인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생활이 오픈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친한 사람들과만 얘기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그 얘기가 전달되고 또 전달된다. 결국 모든 팀원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는 비밀이 없다. 내 입에서 말이 나오는 순간 확성기를 통해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회식 때 나도 모르게 술 취해서 했던 얘기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어떻게 나에 대해서 여기까지도 알고 있는 거지?'


내 기억을 더듬어보기 시작하지만, 누구에게까지만 말한 건지 헷갈리기만 하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이런 마음을 먹는다.


'이제  내 개인 얘기는 줄이고, 업무 얘기만 나눠야겠다.'


하지만 사람이란 아무리 회사라고 해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든, 반 강제적으로든 내 얘기를 하게 된다. 자발적인 경우는 다른 사람 얘기를 듣다가 입이 간지러워서 "맞아, 나도 그래. 난 말이야..."로 시작하며 사생활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반 강제적인 경우는 상대방이 자신의 얘기를 끝내고 "넌 어때?"라고 물어보거나, 그런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결국 내 얘기를 꺼내놓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흡족한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렇게 내 사생활은 하나, 둘 씩 열리고 만다.


  사생활이 좀 알려지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평소 일 얘기만 하는 것도 분위기가 삭막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얘기가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윤활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쉬이 관심을 표현하고 싶을 때 이렇게 묻는다. 모두 개인적인 답변을 해야 하는 것들이다.


"아침은 먹고 다니는 거야?"

"아이는 잘 커?"

"주말엔 뭐 해?"

"취미가 뭐야?"


보통 이런 식의 질문들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본인의 태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는 어느 정도 사생활이 밝혀져도 괜찮다고 보는 관점이라면,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면 되겠다. 이런 사사로운 얘기들이 개인적 친분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대게 이런 식이다.


"어? 너도 ○○대학교 졸업생이야?"

"뭐야, 너도 그 동네 살았었어? 거기 맛집 ○○가게 알지? 내 단골이었는데..."

"어? 너도 조기 축구해? 어디 팀이야? 같이 볼 한번 차자!"


이러다가 둘 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생활이 한 번 공유되고 나면, 회사에서는 나의 개인 생활을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관점에서 내 사생활 전혀 알리고 싶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알려지고 싶다면, 어떻게 상대방이 기분 안 나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거짓을 티 내지 말고, 회사와 모든 걸 엮으면 된다.


Q) 아침은 먹고 다니는 거야?

A) 회사 구내식당에서 대충 먹어요. 아침도 먹을만하더라고요!


Q) 아이는 잘 커?

A) 회사 일이 바빠서 잘 못 봐요... 알아서 잘 크기만을 바래야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Q) 주말엔 뭐해?

A) 평일에 회사에서 개고생 했으니까, 주말엔 집에서 쉬어야죠... 체력 보충해야지 또 다음 주에 열 일하죠!


Q) 취미가 뭐야?

A) 회사 일도 허덕이는데, 취미 만들 시간이 어디 있어요... 집에 오면 씻고 자기 바빠요... 일이 좀 나아지면 그때 한 번 만들어 보려고요!


결국 내 사생활 얘기는 하나도 안 했지만, 뭔가 워커홀릭 같기도 하고, 대화가 더 이상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대방은 이런 답변을 듣고 뭐라고 느낄까?


'인생 참 재미없게 사네...'

'일 중독자야 뭐야...'

'나랑 친해지기 싫은가?'


이런 생각의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사생활 지키기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여기서 나는 내 사생활을 말하진 않았지만, 대신 관심을 좀 더 표현해주면 상대방의 세 번째 생각은 좀 사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나에게 물었던 질문을 답하며, 반대로 상대방에게 똑같은 질문을 덧붙이는 것이다.


"과장님은 회사에서 아침 드세요?"

"차장님은 애 키우기 힘들지 않으세요?"

"부장님은 골프 안치세요?"


누군가는 좋다고 본인 얘기들을 꺼내놓을 것이고, 나는 상대적으로 리액션을 크게 하며 얘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호감을 유지할 수 겠다. 반대로 누군가는 내 답변을 듣고 본인도 방어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 사람과는 그 정도로 선을 긋고 생활하면 되겠다. 알다시피 회사에서 모두와 친해질 수는 없고, 내 사생활이 비공개일수록 그러한 친분 관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에 친구 사귀러 오는 곳도 아니고, 적정한 거리만 유지한 채로 공적으로만 대한다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충분히 사생활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친분에 따라 업무 대응 속도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회사 내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러니 회사에서 사생활을 어느 선까지 오픈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오픈한다. 가정에 대한 것, 취미 생활에 대한 것들이 해당된다. 반대로 부정적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숨긴다. 이직 준비는 곧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재테크, 부업, 사업, 커리어 전환 등 돈벌이 관련된 얘기는 성공하면 질투로, 실패하면 비웃음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서 얘기한다. 결국 본인만의 기준을 갖고 회사에서 내 사생활이란 기름을 어느 정도 뿌려야 인간관계라는 바퀴가 원활하게 잘 굴러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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