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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10. 2022

새로운 팀장과 방향 맞추기

"우리의 공통점은 부담감, 기대감 그리고 술"

  조직은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나아갈 때 그 힘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운 팀으로 옮기기 전 팀장과 사전에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최근에는 술도 많이 마셨다. 팀이 새롭게 신설되며, 신임 팀장이 된 상황에서 앞으로 회사의 기대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막중한 과제가 부여되었다. 나도 새로운 비전을 보고 결국 10년 동안 하던 업무를 내던지고, 이 신설 팀으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담감과 기대감이 우리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었다.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신임 팀장과 나는 어김없이 닭볶음탕 집으로 향했다. 또 다른 우리의 공통점은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구석 자리에 앉으며 팀장이 외쳤다.


"이모, 닭볶음탕 2인분이랑 참이슬 후레쉬요!"


시키자마자 5분도 안돼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닭볶음탕은 자리에서 더 팔팔 끓여야 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는 그 냄새를 안주삼아 첫 잔을 들이켰다. 유독 '짠!'하고 소주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나 경쾌했다. 게다가 짜르르하게 목구멍을 타고 흘러가는 소주 맛은 더욱 달았다.


"우리 팀으로 와서 다시 한번 축하해!"

"팀장님 덕분이죠 뭐..."

"조금 이른 말일 수도 있지만... 같이 조직을 키워보자."

"저는 팀장님만 믿고 갑니다!"

"그래! 조 과장이 쭉쭉 올라가서 팀장이 되어야, 나도 임원까지 쭉쭉 올라가지! 하하!"

"열심히 할게요. 아니, 잘하겠습니다. 실적 낼게요!"


이런 훈훈한 덕담들로 우리는 새롭게 꾸려갈 팀의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의지가 너무나 뜨거웠던 건지 닭볶음탕이 더욱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떡과 국물을 함께 먹으니 알싸한 마늘향이 확 풍겼다. 이 정도 양과 맛이면, 소주 2병은 거침없이 들이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팀장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판은 다 깔아줄 테니까 야무지게 만들어 봐!"

"그렇게까지 해주시면, 저야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어야죠!"

"나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최대한 밀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단, 배신만 하지 말자..."

"저도 10년 하던 거 때려치우면서 각오하고 오는 거예요... 앞으로 5년간은 딴생각 안 하고, 업무에만 집중할 겁니다!"

"7년으로 하자..."

"하하하! 어차피 그때 되면 저도 마흔 넘어가서 어디 가지도 못해요. 이 팀에서 끝장 보겠습니다!"


그렇게 우린 팀의 장기적인 성장 목표와 비전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며, 서로가 생각하는 방향을 맞춰갔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비전은 너무나 명확했고, 술을 마실수록 취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만큼 나는 그를 믿고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닭볶음에 뼈다귀가 쌓이고 국물이 졸아갈 때쯤 소주병은 하나, 둘 씩 늘어나있었다. 그리고 소주병이 쌓이는 만큼 우리의 우정도 쌓여갔다. 요즘 시대엔 술 마시는 회식이 불필요한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받고 있지만, 나는 오늘 이래서 술 마시는 회식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어렴풋이 예측만 하던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1) 새롭게 신설된 의 팀장은 회사가 기대하는 바가 커서 부담도 크지만,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면 조직 차원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고 임원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것


2) 10년간 해오던 일을 스스로 걷어차고 새로운 비전을 찾아 신설 팀에 온 사람도 부담이 크고, 새로운 업무로 실적을 확실하게 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


3) 새로운 기회는 확실히 잡아야 하고 물 들어올 때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것


4) 회사에서 처한 상황이 비슷하면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되어 상부상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


  2차로 이자카야를 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팀장이 거나하게 술이 취했고, 우린 결국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바로 다음 주에 팀 전체 회식이 또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아직 정식 인사발령이 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객원 멤버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추운 날씨로 옷깃을 여미며, 팀장을 택시에 태워서 집으로 보냈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술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땅을 밀어냈다. 더불어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도 내 마음속에서 밀어냈다. 그렇게 나는 그와 방향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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