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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08. 2022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법

"회사 생활 몰입도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들"

  요즘 아버지 세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한 회사에서만 20, 30년을 다니시고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었을까? 난 고작 10년을 다녔는데도 벌써 지겨운데...'


아마 누군가가 나를 보더라도 '어떻게 한 회사에서 10년이나 다닐 수 있지?'라고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냥 다니다 보니 세월이 여기까지 멱살 잡고 끌고 온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만 했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왜 10년 동안 한 회사에 정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대 이직 시대', '개발자', '파이어족' 등이 직장 생활의 핵심 용어들이었다. 한 문장으로 관통해보면, "아직도 이직/퇴사 안 하고 뭐 하고 있어?"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다. 그러다가 이번 연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생각해 보면 주식, 부동산만 사이클이 있는 게 아니라, 회사 생활도 사이클이 있는 듯싶다. 그래서 이번 글은 최근 분위기에 편승하여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전략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뜨뜨 미지근한 관계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 먼저 회사 내 인간관계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사를 어느 정도 다니다 보면 내가 친한 무리가 생기고, 좀 배척하게 되는 무리가 생긴다. 전문 용어로 '라인' 또는 '줄'이라고 하는데, 어느 조직을 가나 이러한 편 가르기는 다 있는 듯싶다. 나라도 쉽게 분열되는데, 회사라는 작은 조직도 분열이 안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내가 잡고 있는 줄이 나를 천국으로 데려갈 황금 동아줄이라면 다행이지만, 썩은 동아줄이라면 회사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연차가 쌓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데, 결국 라인을 잘 타고 가는 사람이 승승장구한다. 그럼 결론적으로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건데, 문제는 그게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동아줄의 색깔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특별한 전략을 취하기도 어렵다. 그냥 놀이동산에서 줄 서듯 차례대로 한 명씩 줄 서는 게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레이 존'을 선택하는 것도 회사를 오래 다니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레이 존이란, 한쪽 무리에만 치우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가깝고도 먼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회사 동료가 지나가면서 나를 보며 묻는다.


"너 쟤랑 친해? 잘 알아?"

"아, 뭐... 막 엄청 친한 건 아닌데, 그래도 가끔씩 따로 커피는 마셔."


주변에서 본인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레이 존에 입성한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이 그레이 존 사람들은 회사 생활에 있어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기도 하거니와, 대박 아니면 쪽박 사이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방식의 관계 유지가 회사를 오래 다니는 데 있어, 더 유리한 전략이 되어주는 것이다.


조용히 실적 내기

  윗사람은 누구를 가장 좋아할까? 본인의 윗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실적과 성과를 물고 오는 사람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 앞서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었다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은 본인의 실적을 올리는 데 사용하도록 하자, 회사도 성과를 잘 내고 있는 사람을 한순간에 쉽게 내치기는 힘들 것이다. 나름대로 근거와 사유를 갖고 인력을 관리하므로, 아무 탈 없이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다면 정리 해고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단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이곳저곳에 떠벌리고 다니지만 않으면 된다. 그 성과를 쪼개가려는 하이에나와 그 성과를 시기, 질투하는 늑대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본인의 실적이 좀 저조해지면 바로 물어뜯을 수 있다. 따라서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해서는 먹을 게 있으면 조용히 구석에서 혼자 맛있게 먹으면 되겠다.


스스로 목줄 채우기

  거꾸로 우리가 한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커리어 향상, 연봉 상승, 워라밸, 인간관계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이것들보다 우선할 수 있는 강제적 요인을 만들면 된다. 바로 다달이 빠져나가는 이자와 카드값 같은 것들이다. 이것만큼 스스로 강력한 목줄을 채우는 게 없다. 한, 두 달이라도 월급을 못 받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이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따라서 여유롭게 퇴사하고 이직 준비를 한다거나, 워라밸 또는 인간관계를 따질 여력이 없어진다. 그저 한 달 월급으로 이자 내고, 카드 값 내고, 생활비 하기도 빠듯하다. 이렇게 월급에 목이 메어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과거의 내 얘기를 쓰는 것 같아서 뜨끔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도 회사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내가 한 회사에 정착하는 데 있어 의지가 부족하다거나 자꾸 철새처럼 이곳저곳으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싶다면, 이런 강제적 방법을 동원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 세대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 산 사람들 중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위 영끌이라고 말하는 무리한 대출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겠다.


  결국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니는 방법은 관계적 중립, 꾸준한 실적 그리고 강제성 부여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능동적으로 오래 다니는 방법 순으로 나열해 보면 '꾸준한 실적'이 가장 우선한다. 사실 가장 어렵기도 한 방법이지만, 잘 풀린다면 회사에서 팀장이나 임원과 같은 고위 직책도 노려볼 수 있다. 그다음은 '관계적 중립'인데, 이는 말 그대로 뜨미지근하게 오래 버티는 전략이다. 너무나 능동적이지도 또는 반대로 너무나 수동적이지도 않은 상태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함이다. 가장 수동적인 방법은 역시나 '강제성 부여'가 되겠다. 억지로 끌려다니게 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꾸준함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내가 이런 저 이유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정착하고 싶다면, 나의 회사 생활 몰입도에 따라 나에게 맞는 전략을 잘 세워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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