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옮겨갈 새로운 팀의 회식에 객원 멤버로 참석하였다. 그 자리에는 실장, 팀장, 팀원들이 있었고, 나와 전환배치를 통해 내가 있던 팀으로 가게 될 인원도 있었다. 내가 새롭게 옮겨 갈 팀은 회사 전략에 따라 파트 단위에서 팀 단위로 승격한 팀이다. 그러므로 새롭게 신설된 따끈따끈한 팀이라고 보면 되겠다. 신임 팀장이 된 사람은 원래 파트 단위에서 파트장이었던 사람이 아니다.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윗선에서의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기존 파트장을 제치고 새롭게 팀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이 과정 속에서 기존 파트장과 그 자리를 노리고 있던 다른 인원들의 갈등과 피바람이 난무했지만, 이러한 큰 조직적 변화에선 항상 피해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들 중 한 명은 다른 팀으로 좌천되었고, 다른 한 명은 남아있었지만 새로운 팀장을 겉으로만 받아들였다. 이런 격동기를 지나고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 드디어 첫 회식이 잡힌 것이다.
첫 번째 짠!
우리는 회사 근처에 한 중식당에 모였다. 오랜만에 하는 회식이다 보니, 예전에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예약을 한 것이다. 여느 동네 중국집처럼 친근한 분위기는 아니고, 회사원을 상대로 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추운 날임에도 조명과 인테리어가 따뜻함을 연출해냈다. 실제로 난방도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룸으로 안내받은 뒤 두툼한 옷들을 벗으며,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여느 회식자리처럼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서 가운데 마주한 자리는 실장과 팀장의 자리였고, 그 옆으로 팀원들이 자리했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장자리로 밀렸고, 조직 변화의 피해자였던 부장도 가장 끝에 자리했다. 회식 예산에 맞게 코스 요리가 나왔고, 음식의 맛도 꽤 좋았다. 게다가 연태고량주의 꽃향기가 음식의 맛을 더욱 풍미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술과 안주가 세팅이 되고, 실장이 잔을 높이 들자 다른 인원들도 부랴 부랴 하나씩 잔을 들기 시작했다. 실장이 주변을 쭉 둘러본 후 말했다.
"새로운 팀의 첫 회식을 축하합니다. 회사에서 기대하는 바가 커서 부담도 되겠지만, 팀장이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내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파이팅 합시다!"
두 번째 짠!
나는 실장과 팀장이 마주 보고 있는 자리의 옆 자리에 앉았다. 내 앞에는 나와 전환 배치될 과장이 앉아있었다. 우리는 서로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꽤 친해져 있었다. 팀을 옮긴 후에도 우린 함께 공생하기로 합의했다.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물어보고, 상대방은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답변해주기로 말이다. 이 과장은 나보다 4년 선배다. 개인적인 역량 확장을 위해 나와의 전환 배치를 희망했었고, 신설된 현재 팀에서 빠져나와 내년부터 내가 있던 팀으로 가게 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이 회식 자리가 그에겐 이 팀의 마지막 회식 자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잘 안 하던 그가 연태고량주가 달콤하다며 연신 잔을 기울였다. 물론 나도 그에게 맞춰 잔을 들었다. 그의 표정엔 아무래도 시원 섭섭한 마음도 한편에 있는 듯했다. 그런 아쉬운 마음을 알았던 건지 이번엔 팀장이 잔을 들며 한마디 했다.
"우리 박 과장, 파트로 있었을 때부터 함께 고생 많이 했는데, 팀장으로서 아쉽기도 하지만, 본인이 희망해서 가게 된 것이니 새로운 팀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길 응원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년부터 새롭게 오게 될 우리 조 과장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와줘서 고맙고 우리 함께 좋은 그림 만들어 봅시다!"
세 번째 짠!
고량주가 한 잔, 두 잔 들어가고, 배가 불러오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실장의 내년도 계획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이 있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진행하지 못했던 행사들을 내년도부터는 새롭게 추진해보고자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얘기를 들은 팀원들의 표정은 반가움 반, 당황스러움 반이었지만, 긍정적으로 수긍하듯 전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모두가 사회생활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중 유독 실장 옆자리에서 선망의 눈빛을 보내며, 심하게 긍정을 표현하는 인물이 있었다. 그렇다. 바로 이 팀의 신입사원이다. 그는 올해 10월에 입사했다. 다른 회사에서 1년의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이다. 그래서 그런가 나름 회사생활을 지금껏 꽤 잘 해냈다. 오늘도 회식자리에서 적당한 빠릿빠릿함과 적극적인 호응을 보여주고 있어, 신입이지만노련한 느낌을 갖게 했다.실장도 그 적극적인 끄덕임을 눈치챘는지, 그를 바라보며 잔을 높이 들었다.
"우리 백사원, 들어온 지 거의 두 달만에 첫 팀 회식을 하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이 좀 있네요. 오늘 장소 예약하느라 수고했고, 눈치 보지 말고 맘껏 먹고 즐기세요!"
그리고 마지막 짠!
후식으로 푸딩이 나왔다. 중국 요리의 느끼함을 단번에 잡아주는 새콤 달콤한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실장은 본인이 팀장을 처음 맡았을 때를 상기하며, 새롭게 신설된 팀의 신임 팀장에게 아낌없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내가 첫 팀장을 맡았을 때, 난 하늘을 찌를듯한 열정과 의욕이 넘쳤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나만 그랬던 것 같더라고... 팀원들은 그 정도까진 아니었죠. 내가 너무 닦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팀원들을 이끄는 게 힘들었어요. 결코 내 마음대로 안되었죠. 그러니까... 시작하는 단계에서 지금 있는 팀원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방향을 맞춰야 해요. 이인삼각 달리기에서 너무 혼자서만 급하게 달려가면, 둘 다 넘어지기 마련이에요. 의욕은 좋지만... 조금은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목적지로 함께 달려가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