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9년 만에 새로운 팀으로 전환 배치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옮겨갈 팀의 팀장이 나를 부르며 말했다.
"내년부턴 일이 많아질 거니까, 밑으로 한 명을 뽑아서 붙여줄게."
도대체 내년부터 일을 얼마나 시킬 생각이길래 아직 공식 인사발령이 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살짝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어쨌든 하나보다는 둘이서 하는 게 일을 처리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알겠다고 말했다. 얼마 후 팀장이 신입 서류 전형을 마감했는데, 180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이니까, 다섯 명으로 좀 추려서 나한테 내일까지 알려줘."
180개가 넘는 지원서를 하루 만에 다 봐야 한단 말인가. 팀장이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니 지원자 명단과 지원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버벅거리며 한 명씩 차례대로 클릭하여 지원서 내용을 확인하였다. 처음에는 꼼꼼하게 읽었는데 이러다가 날 샐 것 같아서 나만의 기준으로 필터링을 좀 했다. 1차로 나이, 학교, 전공, 학점, 영어성적으로 걸렀다. 그러다 보니 절반 이하의 인원으로 줄어있었다. 2차로는 관련 경험과 취미를 보았다. 그리고 관상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략 2차에 걸쳐 필터링을 한 결과 15명 정도가 남았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 '나도 정말 운 좋게 합격한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꼼꼼히 지원서를 읽고, 자기소개서 내용도 함께 보았다.자세히 읽을수록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에게 마음이 끌렸다. 특히 취미가 웨이트 트레이닝이거나, 스포츠 활동인 사람들은 전혀 업무와 관련이 없음에도 괜히 더 관심이 갔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서 일수도 있겠다. 꼼꼼하게 읽다 보니 오타나 회사명을 잘못 쓴 자기소개서도 보게 되었다. 보통 여러 군데 지원하게 되면,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렇게 선별한 결과 180명에서 딱 다섯 명으로 추려낼 수 있었다. 사실 이 다섯 명 중에서도 더욱 마음에 드는 인원이 딱 두 명 있었다. 내 기준에서 이 두 명은 마치 팔방미인 같았다. 특별한 흠 없이 그들만의 능력을 지원서에서 맘껏 뽐내고 있었다. 예전에 인기 있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서 존 박과 허각이 결승에 올라왔을 때 심사위원의 마음이 이랬을까. 두 번에 걸친 면접이 남아있지만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불만 없이 함께 일해볼 수 있을 듯싶었다. 어쨌든 이 다섯 명의 명단을 팀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다음 날 팀장과 함께 이 다섯 명의 지원자의 지원서를 보며 다시 한번 쭈욱 검토했다. 나는 틈틈이 다섯 명 중 특별하게 보고 있던 두 명에 대해서 강조했다. 팀장이 고민하는 듯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나도 이 두 명이 가장 괜찮은 것 같네... 일단 지정해준 다섯 명으로 윗선에 보고해보도록 할게. 아마 면접 보더라도 이 두 명에서 결정되겠다."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데 경험이 많은 팀장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원자들은 부푼 희망을 안고 정성 들여 지원했을 텐데 너무 급하게 검토한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시간을 더 넉넉히 주더라도 아마 똑같은 인원을 지정했을 듯싶다. 두 번의 면접을 거치고 내년 1월 말 정도면 입사하게 될 텐데, 누가 오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누가 오더라도 내가 보는 눈이 맞았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