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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02. 2023

새해 직장인의 다짐

"이 다짐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훤히 비춰주길..."

  직장인으로 살아간 지 올해 11년 차가 되어버렸다. 한 회사에서 만으로 10년을 꽉 채웠다는 건 파릇파릇하던 10년 전 신입사원인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긋지긋한 과장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뜻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직장인으로 살아온 10년 동안의 세월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대학교 전공과는 다른 팀으로 입사하여 1년 만에 퇴사를 각오하고 팀 전배를 요청했고, 최악의 고과를 받으며 팀을 옮겨 2년 차이지만 다시 신입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옮긴 팀에서 9년을 꽉 채워 일했다. 그 중간중간에 사수가 퇴사했고, 직속 임원이 잘렸으며, 90년대 생 후배들이 들어왔다. 나는 회사에서 소외된 업무와 루틴화 된 업무로 인해 꽤 오랜 기간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장 생활 외 개인적인 성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다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될 전환배치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칠세라 꽉 부여잡았다. 그리하여 결국 난 올해부터 전환 배치로 인해 팀 소속이 바뀌었고,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11년 차가 된 해이지만 새롭게 신입처럼 새로운 업무를 익혀야 한다. 새로운 팀장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커서 사실 부담도 많이 되고,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선다. 한 회사에서 세 번째로 소속이 변경되었기에 이전과 같이 잘 적응하면 되겠지만, 이미 10년의 짬(?)을 먹어버린 내가 신입의 열정 있는 마인드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10년 동안 업무 숙련도는 꽤 많이 올라온 상태이므로 지난번보다는 빠르게 업무를 익히기는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이렇게 새해에 새로운 팀에서의 원년을 맞이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으로 직장인으로서의 다짐을 해보고자 한다.


연차에 걸맞은 실적을 내자

  회사는 정글이기 때문에 아무리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팀장 안 그래도 신생 팀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을 텐데 "그래요, 이런 일은 처음이니까, 차근차근 배우도록 하세요."라고 나에게 절대 말하지 못할 것이다. 11년 차에겐 아무리 새로운 일이더라도 11년 차의 몫을 해내기를 기대할 테니 말이다. 이미 공유받은 업무 분장에는 11년 차에 해당하는 업무들이 배정되어 있다. 결국 새로운 업무에서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리는 건 내 몫이라는 얘기다. 만약 새로운 업무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면, 서로 어색한 상황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나대로 '왜 이렇게 안 풀리지?'라며 자책할 것이고, 팀장은 팀장대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전환배치 승인하지 말걸...' 하며 후회할 것이고, 이전 팀의 팀원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박차고 나가더니 내가 그럴 줄 알았다.'라며 고소해할 것이고, 현재 팀의 팀원들은 '11년이나 짬 먹고 왜 이렇게 민폐만 끼치는 거야?'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 어떻게든 기를 쓰고 새로운 업무임에도 연차에 걸맞은 실적과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나의 직장 생활 유지를 위해서 그리고 팀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이다.


빠르게 적응하자

  앞서 얘기했듯이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리려면, 새로운 팀과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새로운 팀장과의 방향성 맞추기이다. 이미 작년 연말부터 윗선에선 전환배치 신청이 승인되었고, 인수인계도 어느 정도 미리 진행했다. 인사발령만 올해 1월 1일부로 공표된 것이었다. 그에 따라 작년 말부터 새로운 팀장과 커피와 술을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팀장은 팀을 이끌어갈 방향에 대해 나에게 미리 공유해 줬고, 나 또한 내 성장 방향을 팀의 성장 방향과 맞추기로 합의했다. 해당 팀의 팀원들과도 이전 팀에 있을 때부터 친목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업무적인 지원도 충분히 도움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올해 새로운 업무 적응만이 남았다. 짧은 인수인계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배우긴 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새롭게 이론적 지식을 쌓고, 이력을 파악하고, 현업을 익히고, 유관 부서 업무 대응하는 것에 빠르게 익숙해져야 한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국 물리적인 시간이 해결해 주므로, 올해는 상당한 야근이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다. 깊숙이 몰입하여 빠르게 적응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찍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나중에 함께 웃기 위해 현재를 조금 희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업무 역량을 확장하자

  이 팀을 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기존 업무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너무나 업무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대외적인 산업 분위기가 기존 업무를 루틴하게 만들어 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존 업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또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고 느낀 것은 전환배치를 통해 내 기존 업무를 맡게 될 인원은 이 업무가 가장 베이스가 되므로 성장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오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기존 업무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스스로 성장을 정체시킨 것이라고 봐야 하겠다. 어쨌든 이런 나만의 부정적 생각에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팀으로 옮기게 되었고, 난 이곳에서 업무 역량을 확장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새로운 팀으로 오게 되니 벌써부터 기존 업무에서는 없던 영어에 대한 압박도 찾아왔고, 사외 기관과의 협력도 중요시되었다. 이런 채찍질이 결국 나의 업무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맞아보도록 할 예정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자

  직장인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직책을 갖는 것이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인사제도에 따라 직책이 부여될 텐데, 보통 파트장, 팀장, 실장 등이 있다. 직책을 갖고 있으면 회사 입장에서 한순간에 쳐내기 어려워진다. 두 번째로는 회사의 별인 임원이 되는 것이다. 엄청난 몰입을 통해 업무 성과를 확실하게 내서 우선 회장 또는 사장의 눈에 띈다. 하지만 운도 잘 따라야 하기에 회사의 별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세 번째로는 다양한 경력을 갖추어 잘리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회사에서 러브콜을 해 오는 것이다. 보통 현 직장보다 작은 회사들로 연봉을 보전하면서 옮겨 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는 연구소에 있지만 학사 출신이므로 임원이 될 확률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므로 직책을 갖거나 업무 역량을 넓히는 방법이 유효한데, 사실상 직책을 갖는 것도 운에 좌우하는 경향이 크므로 다양한 경력을 갖추는 것만이 내가 스스로 노력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올해엔 업무 역량을 넓힐 기회가 왔으므로, 틈틈이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하겠다. 새로운 기회는 예상하는 것보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렇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아까운 기회를 날려버리기 일쑤다. 그러므로 나의 직장인으로서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무 경력을 쌓는 것에 집중하여 다양한 기회를 얻을 확률을 높이도록 해야만 하겠다.


  2023년을 맞이하여, 그리고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업무에 임하며 새롭게 다짐을 해보았다. 내가 과연 올해 앞서 얘기한 다짐대로 다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연차에 걸맞은 실적을 내고, 빠르게 적응해서 업무 역량을 확장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자 하는 나의 다짐들이 연말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올 한 해도 눈 깜짝하면 지나가 있을 테고, 어느새 연말이라고 또 결산을 하고 있을 테다.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다짐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훤하게 비춰주는 것 같아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내볼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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