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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03. 2023

선배님, 라떼는... 커피숍에서 시키셔야죠!

"라떼는 배고플 때 마셔야 든든하고 맛있다"

  직장 생활을 10년 동안 해오면서 회사와 구성원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야근은 당연한 것이었고, 야근이 끝나고 뒤늦은 회식에도 한마디 군말 없이 참석해야만 했다. 회식을 일찍 시작하는 날에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 일을 하기도 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행동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었지만, 아무 말 없이 선배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저 난 일을 배워야 하는 입장이니까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좀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성공하는 직장인의 모습인 줄 알았다. 아니, 실제로 이렇게 버텨온 사람들이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어 있었다.


  지금의 분위기는 어떤가. 점차적으로 변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확 뒤바뀐 모습이 나타난다. 조직보단 개인이 중시되면서 워라밸의 문화가 확산되었고, 칼퇴라는 용어는 정시퇴근으로 바뀐 지 오래다. 회식은 자율 참석이 되었, 회식 자체의 빈도수도 확 줄어들었다. 심지어 점심 식사도 개별로 따로 먹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선배와 후배 간의 끈끈한 가족 같은 모습은 점차 사라져 가고,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식의 개인주의 모습이 비친다. 이런 식으로 시대가 달라지고, 회사 내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 속에서 직장 상사들 중 일부는 '라떼'를 그렇게 외친다. 사실 '라떼'의 의미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을 시작할 때 그 '나 때'라는 말을 비꼬는 신조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거를 회상하며 충고하는 선배들의 말은 누구나가 회사 생활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 이 말을 자주 하는 선배도 이 말을 자주 들으며 회사 생활을 해왔을 테다. 그렇다는 건 사실 직장 생활에서 이 말의 역사가 굉장히 길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왜 요즘 들어 '나 때'라는 말이 꼰대의 이미지로 변질되었을까. 추측을 해보자면, 과거에는 이런 말을 들어도 사회적인 분위기 상 선배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만 하는 풍조가 팽배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속으로는 '아, 또 저 소리야...' 하면서도 겉으로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었을 테다. 그러면서도 그런 '라떼' 스토리 속에서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조금은 얻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당시에는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나 SNS가 활발하던 시절이 아니므로, 직장 선배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들도 꽤 많았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한 회사에서 20~30년을 다니는 분위기 속에서 직장 선배의 말을 아버지의 말처럼 따라야 했으므로 그저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그때의 '라떼'는 참을만했고, 참아야만 했다.


  지금의 '라떼'는 그때의 '라떼'와 다르다. 직장 생활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여러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서 직접 직장 선배들에게 굳이 조언을 얻을 필요가 많이 없어졌다. 게다가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선배들의 과도한 충고를 본인 시간을 들여가며 새겨들을 사람은 이젠 없다. 평생직장은 구시대적인 용어가 되어버리고, 나의 커리어를 높여가는 이직을 자주 할수록 성공한 직장인의 이미지로 비친다. 결국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직장 선배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크게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전혀 필요가 없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직장 상사들은 그 시절의 '라떼'만 반복하고 있으니, 듣고 있어도 들리지 않고 말하고 있어도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직장 상사들은 과거에 자신이 선배들에게 들어온 게 분명 도움이 되었으니, 후배들에게 나의 회사 생활 얘기들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지라는 어림짐작으로 요즘 직장인들에게 '라떼'를 시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급속도로 변한 직장 생활에서 특히나 연차가 많이 차이나는 선배들에게 듣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는 지금과 같은 회사 분위기 속에서는 후배들에게 쓸모없는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된다. 그럼에도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게 있고, 논어와 같은 고전들이 현재에도 통용되듯이 직장 선배들이 한 회사에서 살아온 인생 얘기들이 분명 요즘 직장인들에게 도움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 진실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말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는 '나 때'가 '라떼'로 변질되지 않고 애초에 의도했던 도움을 줄만한 선배의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도움을 줄 있을만한 후배들을 이끌고 카페에 간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씩 사주고, 마지막으로 본인이 먹을 라떼를 시킨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말한다.


"나 라떼는 얘기하려고 라떼 시킨 거 아니야. 그냥 요즘 회사 생활은 어떤가 들어보고 싶어."


그렇게 라떼를 마시면서, 후배들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그러다 문득 후배 얘기를 듣고 어쭙잖은 '나 때'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앞에 놓인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꾹 참는다. 그렇게 참고 참으면 어느 순간 한 후배가 본인의 회사 생활 고민을 털어놓으며, 한숨을 푹 쉬고는 이렇게 물어 온다.


"휴, 선배님은 어떠셨어요? 그때는 더 힘들었죠?"


후배가 이런 식으로 물어온다는 것은 나의 '라떼'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제 근질근질하던 입의 봉인을 해제할 때가 되었다.


"아, 나 때는 말이야..."


이렇게 시작하는 '나 때'스토리는 '라떼'라는 꼰대 이미지로 변질될 위험이 적다. 열린 마음으로 어떠한 충고도 조언으로 받아들이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직장 선배는 아무 때나 '라떼'를 남발할게 아니라, 후배가 진정 원할 때 진심을 담은 '나 때'를 전해주는 게 듣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라떼'는 배고플 때 마시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진정 맛있는 라떼가 되어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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