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처럼 글도 꾸미기 나름이다

"민낯의 글은 부작용을 낳는다"

by 똥이애비

예전 대학교 시절에는 싸이월드를 꽤 했었다. 서로 일촌 신청을 하고 사람들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업로드되는 게시물들은 사진과 짤막한 글이었다. 사실은 글보단 사진이 메인이었다. 사진에 스티커도 붙이고, 꾸미기도 하고 아바타도 만들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었다. 그러다 그 유행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페이스북을 넘어 인스타그램까지 왔다. 최근 10대들은 틱톡이라는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유행이라고 한다. 내 주변에 틱톡을 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인스타그램은 꽤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사실 싸이월드 이후로 어떠한 SNS 활동을 하지 않고, 오로지 카카오톡만 이용했다. 이런 SNS 활동이 나를 표현하고 사람들 간의 인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누군가와 비교하고 사진을 올리기 위한 활동들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는 자신의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올린다. 그게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고, 가장 멋진 모습일 수도 있고, 가장 있어 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의 나는 행복의 아이콘인데, 실제 현실의 삶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SNS와 현실의 괴리감이 점차 확대되는 것이다. 개인이 극복해야 할 과제인데 SNS에 너무나 꾸며진 내 모습만을 공유할 게 아니라, 솔직한 내 모습도 섞어서 표현한다면 훨씬 더 진솔한 나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이렇게 앞서 SNS의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남들에게 보이는 글도 SNS의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브런치나 블로그 활동을 통해 꾸준히 장문의 글을 쓰는 것도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내가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을 남들과 공유하는 작업 또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런 필터 없이 그대로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나의 내면일 수 있다. 하지만 SNS와는 반대로 너무나 솔직한 글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글이라는 게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너무나 강경한 생각은 반대의 의견들과 쉽게 부딪친다. 심하면 악플이 줄줄이 달릴 수도 있다. 또한 내 글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색이 짙은 글들은 사실상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따라서 SNS에 업로드할 사진을 꾸미듯 어느 정도 글도 좀 꾸며야 할 필요가 있다. 그 '꾸밈'은 다음과 같은 필터링 기능을 포함한다.


1) 내 글을 누가 볼 것인가?

2) 내 글의 주제가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가?

3) 내 글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이 있을 것인가?

4) 내 글의 주장이 너무 극단적이진 않은가?


이 정도의 필터링이면, 내 글로 인해 불편하게 여길 독자들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SNS 사진에 스티커를 붙이듯 좀 더 매력적인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인만의 방식으로 을 꾸며보도록 하자. 나 같은 경우엔 아래의 꾸밈을 활용한다.


1) 일상적 예시

내가 주로 활용하는 꾸밈이지만, 사람이 그렇듯 오래된 기억은 나만의 방식으로 미화되어 있다. 이렇게 일상의 미화는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느껴지면서도 호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


2) 깨달음과 다짐 공유

독자들에게 이거 하라, 저거 하라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내 상황과 그로 인해 얻은 것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독자들의 자유인 것이다. 공감을 하면 내가 쓴 내용을 깊게 생각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흘러가는 글 중 하나가 될 테다.


3) 글의 형식 변화

글을 너무 같은 형식으로만 쓰게 되면, 쓰는 나도 재미없을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들도 다른 글들과 비슷해 보여 똑같은 글을 계속 읽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래서 틈틈이 대화의 형식을 활용하거나, 사진을 중간중간 넣어준다. 또한 짧은 문구로 문단의 내용을 일괄로 표현해주거나, 전문적 효과를 위해 넘버링을 사용하기도 한다.


익명의 커뮤니티 글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나만의 글은 아무리 솔직하게 쓴다고 해도 위와 같은 기본적인 꾸미기를 적용해야만 하겠다. SNS에서도 민낯의 사진을 올리지 않듯민낯의 글은 결국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글을 쓰기 전에 독자들의 관점에서 글의 주제가 적합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겠고, 글의 구성과 내용에서도 본인만의 노하우로 적절하게 글을 꾸며줄 필요가 있겠다. 아직 난 그 정도 레벨이 아니지만 꾸미기 고수들은 개인적 예시와 다른 이들의 인용 문구, 책의 내용을 발췌함으로써 이를 적절히 섞어가며 글의 친근함과 신뢰도를 동시에 향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SNS 사진에서도 자주 보듯이 글에서도 너무나 과도한 포장은 독자들이 쉽게 눈치챌 뿐만 아니라 아예 등을 돌려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진솔함을 베이스로 깔고 몇 가지 스티커와 필터만을 꾸미기 요소로 적절히 활용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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