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글을 발행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글을 술술 써 내려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가끔씩 정말 쉼 없이 손가락이 움직여질 때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writers high'라고 부른다. 이는 'runners high'에서 따온 말인데, 30분 이상 달리면 숨쉬기 힘든 고통이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글도 마찬가지로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을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손가락이 리듬감 있게 자판을 가볍게 톡톡 대며 물 흐르듯 글이 자유롭게 써지는 쾌감을 맛보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 맛에 글 쓰지!'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글이 드문 드문 써진다. 글을 쓰다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고, 옛 기억을 떠올리다가 손을 멈추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금 글이 써지면 다행인데, 빈 화면 속에서 오랜 침묵으로 인해 글이 멈춰 있는 상태가 지속될 때가 밌다. 이렇게 내 글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글이 좀 수월하게 써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았다.
1) 앞서 써 내려간 내용을 처음부터 읽어본다.
글을 쓰다가 갑자기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게 한 줄만 쓰다가 그럴 때가 있고, 마무리 글을 정리할 때 그러기도 한다. 게다가 머릿속까지도 텅 비어있어 도저히 글을 이어나갈 추진력이 딱히 없다. 잠시 잠깐 희미한 글귀들이 맴돌 때도 있지만, 명확하게 글로 풀어내기가 힘들다. 이럴 때 나는 다시 처음 제목부터 돌아간다. 내가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 어떠한 흐름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었는지를 다시금 상기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쭉 읽어 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내가 막혔던 구간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럼 마치 막혀있던 변기가 뚫리듯이 시원하게 글이 뚫려 막힘 없이 술술 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 또 막히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위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 결국 내가 쓰고자 했던 글의 마지막까지 도달하게 된다.
2)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의 키워드를 검색해본다.
보통 글을 쓰다가 막히는 것은 더 이상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한 주제를 선정해서 내 경험을 녹이며 글을 풀어쓰다가 막상 그 경험의 깊이와 넓이가 모자라서 글이 어정쩡한 상태로 막히게 된다. 그럼 그냥 쓰던 글을 미발행한 채로 한동안 그 상태 그대로 내버려 두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쓰고 싶던 주제라면 욕심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 쓰고자 하는 주제의 키워드를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그럼 뉴스 기사, 카페나 커뮤니티 글, 블로그, 브런치 등에서 해당 키워드로 다양한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글들을 읽으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글귀를 인용하기도 한다. 좀 더 깊이 있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다면,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본다. 그러다 보면 쓰려던 글이 막힌 상태로 한 달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오래 걸려도 새롭게 얻은 정보들을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하면, 막힌 부분부터 다시 쭉 써내려 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생각의 넓이를 확장함으로써 좀 더 나만의 깊이를 추가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3) 잠시 글 속에서 빠져나와 다른 일을 한다.
글이 막혀있는 순간에 가만히 그 자리에서 나도 멈춰있다. 멍하게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 가만히 깜박거리는 커서만 쳐다보고 있기도 한다. 마치 저절로 써지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서 바톤 터치하듯 글을 이어서 써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자에 앉아 30분이고, 1시간이고 글을 이어 붙이려고 노력하지만, 별 다른 소득 없이 시간만 보내고 만다. 차라리 이럴 땐 글 속에서 빠져나와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 밀린 집안일을 한다거나,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거나, 운동을 하는 등 뇌를 좀 쉬어주고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막혔던 부분에서 이어나갈 만한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간단히 적어 놓는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은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다시금 의자로 돌아와 이전에 쓰다가 막힌 구간을 마주하면, 새로운 자신감으로 쉬이 글에 탄력이 붙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글을 쓰다가 막히는 순간은 언제든 찾아온다. 어찌 보면 주기적으로 글 쓰는 이들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숙명을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은 괴롭고 힘들다. 그래서 난 글을 쓰다가 침묵이 찾아오면, 그 침묵의 순간을 빨리 깨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얘기한 세 가지 내용을 참고하여 글이 막히는 구간에서 활용해 보도록 하자. 글이 자꾸 막히면 애초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조차 두려워질 수 있고, 글을 쓰면서도 반복적으로 한숨을 쉬게 되는 불편한 행위가 되어버린다. 글을 쓰려고 했던 취지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리듬감 있고 경쾌하게 글을 쓰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론을 찾는 것은 글쓰기를 장기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