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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09. 2022

'반가운 만남'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

"혼자이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조금만 먹어도 목이 막히더니, 밥상 마주하자 밥 더 먹게 되네,촌 막걸리 맛도 없지만 마실수록 더욱 좋구나     

少食輒防喉 對案飯加匕, 村醪薄無過 屢觴覺轉美


이민구(李敏求, 1589~1670), 동주집(東州集)』4권,「희신랑래회( 喜申郞來會)」


  우리 주변에서 1인 가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1인 가구를 위한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SNS에서는 혼밥(혼자서 먹는 밥)과 혼술(혼자서 먹는 술)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달리고 있고, 이와 반대로 독거노인 비율과 청년 고독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혼자 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고, 앞으로는 혼자만의 고독함, 그리고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민구는 36세의 나이로 경상도 관찰사에 임명되었지만,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가 함락되자 문책받아 평안북도 영변에 유배되었다. 10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그는 외로움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러던 중 그의 쓸쓸한 유배지에 방문한 사위에게 극도의 반가움을 표현한 시를 지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혼자서 먹던 밥은 조금만 먹어도 목이 막혔었는데, 사위가 와서 함께 밥을 먹으니 양껏 먹을 수 있고, 맛없는 막걸리도 함께 먹으니 더욱 맛이 좋다라는 의미이다.


  그렇다. 유배 생활 동안 혼자 객지에서 보내는 삶은 정말 쓸쓸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장인과 사위라는 불편한 관계에서도 사위를 어릴 적 반가운 친구 대하듯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금 우리 사회도 이러한 반가운 만남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이다.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어쩔 수 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도 굉장히 많다. 우리는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고립되어 외로움과 고독함이 만연한 사람들을 무심코 지나가기 일쑤다. 사회적 현상과 개인주의가 만들어낸 유배 생활인 것이다.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한다는 것, 이 사회적 현상을 우리는 당연하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 1인 가구 중에는 정말로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한 사람들이 ‘쓸쓸한 기다림’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작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반갑게 건네는 눈인사만으로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하루를 선물해준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작은 손길을 건네어 보자. 혼자이지만 더불어 사는 반가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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