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제안을 받다

"일단 시도하고 부딪쳐 보자"

by 똥이애비

글을 정기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가 겪었던 직장 생활에 대한 소고를 하나씩 브런치에 업로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제안이라는 명목으로 브런치에 연동된 내 메일로 새로운 소식이 들어와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플랫폼에 글을 올려달라는 제안과 PDF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었지만, 선뜻 내 마음이 동하는 제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좀 남달랐다. 출판사 소개와 함께 편집자님께서 내 글을 읽고 출간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짧았지만 상당히 고민스러운 시간이었다. 직장 생활과 관련된 글을 모아 빠르게 출간할 것이냐 아니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민 끝에 결국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기로 했다. 내가 처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기로 한 플랫폼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도전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당선되는 낙선되든 응모도 안 하고 중간에 그만둬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출간 제안을 해준 편집자님께는 양해의 메일을 보냈다.


"출간 제안을 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전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제안하신 사항이 유효하다면, 프로젝트 결과가 나온 후 다시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한 내 욕심일 수 있었다. 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님께서는 예상 목차를 보내주시며 콘셉트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셨고, 내 뜻을 존중해 기다리겠다는 답변을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겨우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 작가 지망생일 뿐인데도 이러한 배려를 해주신 점에 대해 너무나 따뜻한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일단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두 권의 브런치북을 발행하여 응모하였지만, 당선의 벽은 굉장히 높았다. 처음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도전하는 데 나름 의의를 두었지만, 낙선의 결과가 나를 낙담하게 만들긴 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시 편집자님께 메일을 보낸 시점이 마지막으로 메일을 받고서 거의 두 달이 지난 날이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보기 좋게 낙선했다는 소식과 함께 혹시 아직도 그 출간 제안이 유효하다면, 진행하고 싶다는 심정을 직접적으로 밝혔다. 참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편집자님의 답장은 아직 그 제안은 유효하지만 시간이 좀 지났으므로 책의 예상 목차와 샘플 원고를 보내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는 핸드폰 번호를 남겨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얼마 후 고민 끝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메일로만 주고받기보단 목소리를 통해 내 의지를 전달하는 게 더 용이하다는 생각이었고, 근 두 달을 기다려준 것에 대한 감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OOO 편집자님이시죠? 저는 브런치에서 똥이애비로 활동하고 있는 OOO입니다. 실명은 처음 말씀드리네요. 우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내려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서요... 제가 원하는 콘셉트의 목차와 샘플 원고를 먼저 전달드리면 될까요?"


"네, 제가 일전에 예상 목차를 보내드렸지만,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목차로 보내주셔도 되고, 제가 제안드린 목차에서 수정하셔서 보내주셔도 됩니다. 샘플 원고는 목차 중 한 챕터 분량의 글을 보내주시면 되고요. 그러면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마치고 결심이 확실해졌다. 열심히 준비해서 책을 한 번 내보기로 말이다. 가장 첫 시작인 예상 목차를 고심 끝에 편집자님이 제안해주신 것에서 일부 수정을 거쳤고, 브런치 글 중 잘 썼다고 생각한 글 하나를 샘플 원고로 만들어 수정한 목차와 함께 메일로 보냈다.


연말이기도 하고 출판사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해서 답장이 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했자만, 메일을 보내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바로 답장 메일이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전반적으로 긍정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내년 초에 시간이 날 때 출판사에 방문해달라는 요청이었고, 출간 계약도 염두에 두고 오시라는 내용이었다. 이 메일을 받고선 아직 답장을 보내진 못했다. 너무 빨리 진행되어서 생각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정말 내 책이 나오게 되는 건가?'

'이렇게 정말 내가 작가가 되는 건가?'

'이제 시작일 뿐인데,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생각을 좀 하다가 너무 깊은 고민은 굳이 필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주저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일단 시도하고 부딪쳐 보는 것이다. 올해가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내년이 매우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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