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기표현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만큼 일반 사람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고, 그것을 담아낼 다양한 플랫폼도 많아졌다. 본인만의 영상을 찍어서 유튜버로 활동하는가 하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거나 블로그에 글과 함께 게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요즘엔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글을 써서 표현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가 글을 써서 나를 표현한 기간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과거 대학교 1학년 때 싸이월드를 좀 하다가 복학을 하고 그만두었다. 유행이 끝나기도 했고, 현실을 좀 제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그 이후로는 특정한 플랫폼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을 아예 하지 않았다가, 최근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나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표현의 시대에 나는 거꾸로 나를 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퍼스널 브랜딩으로 수익까지도 창출해 보고자 했다. 아무래도 직장인 신분이다 보니, 영상이나 사진으로 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왠지 꺼려졌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왠지 그 당시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난 얼굴이나 신분이 공개되지 않는 글쓰기 플랫폼을 찾아서 나를 수줍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무 주제로 글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 영혼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 영상이나 사진으로 날 표현하기 시작했다면, 이 정도 깊이의 나를 발견하긴 어려웠을 거라 생각했다.
영상이나 사진을 택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번거로움이다. 물론 영상이나 사진으로 퍼스널 브랜딩에 성공하면 훨씬 더 압도적인 인기와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나를 표현하는 행위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 예전에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아이가 신생아 시절일 때 영상들을 찍고 편집하여 유튜브에 한번 올려본 적이 있다. 이때 거의 며칠을 고생하여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고, 자막을 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영상은 꽤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 듯했고, 사진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배경의 사진만 계속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곳으로 탐방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글쓰기는 그냥 핸드폰이나 노트북 화면을 열고 앉아서 쓰기만 하면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이든, 떠오르는 과거든, 어떤 것에 깊게 사유했던 내용이든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주절주절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물론 깊이 있는 내용을 쓸수록 자료 조사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다른 매체들 보다는 훨씬 자기표현을 시작하기가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글쓰기를 선택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몇 달 되지는 않았지만, 글로써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멋진 일이다. 사실 앞서 얘기했듯 영상이나 사진으로는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꺼려지고,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투입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선택한 글쓰기이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자기표현의 방식이란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얼굴이나 신상을 공개하진 않지만, 내 생각과 사상을 낱낱이 드러내게 된다. 마치 내 뇌를 꺼내어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하나의 글을 발행하는 데 있어 번거로운 절차는 없지만, 생각의 생각을 더하고 고민의 고민을 더해서 부끄럽지 않은 글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나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은 대세가 되었지만,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 듯싶다. 신상을 모두 공개하고 본인만의 콘텐츠에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입하는 크리에이터, 창착자, 생산자, 유튜버, 블로거, 작가들 모두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나는 아직 익명으로 뒤에 숨어서 내 뇌만 수줍게 드러내고 있다. 내 신상을 알고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내와 출판사 편집자님 둘 뿐이다. 몇 달간 글을 써왔지만, 아직 주변에 알리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미처 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언젠가 나의 얼굴과 신상을 스스로 공개하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해 본다. 그래야 더욱 솔직하고 진솔한 글쓰기가 될 테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도 원활하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난 그 시점에서 내가 발행한 모든 글들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