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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16. 2023

직장인이 지켜야 할 예절은 어디까지일까?

"주변에 피해 없이 갈등이 최소화되는 그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예절과 예의라는 단어를 용하는 경우예전보다 덜 해졌다. 그만큼 회사 예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세대가 교체되고 회사 문화가 변화함에 따라서 개인화가 강해지고, 소위 일만 잘하면 싹수가 없어도 괜찮다는 능력 만능주의가 부상하고 있. 코로나가 이런 경향을 촉진시킨 듯한데, 마스크와 거리 두기가 서로 간의 직장인의 예절도 멀어지게 만든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인사가 더 가벼워지고 예의를 차린 말을 늘어놓기보다는 필요한 말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거리 두기도 마찬가지로 소통이 필요한 회의나 점심식사, 회식과 같은 함께하는 모임들을 점차 소외시켰다. 그러면서 직장인 사회생활의 관계성이 간소화되었다.


  직장인의 예절이 이젠 마치 꼰대의 잔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예절과 예의라는 단어에서 오는 유교적인 선입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상사가 후배직원들에게 억지로 존경과 공경을 요구하는 행태로 비친다. 사실 직장인의 예절은 후배가 선배에게뿐만 아니라 선배가 후배에게도, 그리고 같은 직급과 동료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직장인 예절을 비즈니스 매너라고 바꿔 말하면 좀 더 수평적으로 직장 생활의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행동 양식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의 예절 또는 비즈니스 매너의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또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인간관계의 틀 안에 있다. 대부분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에서 습득하여 누적되어 있는 도덕적인 범주에 해당되기 때문에 누구나가 그 기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것, 업무적으로 부탁을 할 때 정중하고 공손하게 요청하는 것, 부득이하게 지각이나 연차를 써야 할 때 상사에게 알리는 것 등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는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직장에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조차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고 따로 배운 적도 없지만, 이러한 회사 예절의 기준은 어느 정도 채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회사 문화가 변화하면서 이러한 비즈니스 매너의 기준도 새롭게 주류가 되어가는 세대에 의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소위 X세대라고 불리는 40대들이 회사에서 주요한 요직에 있으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들이 회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도대체 직장인이 지켜야 할 예절은 어디까지인지 근본적인 물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듯하다. 그중 몇 가지 논란거리가 될 만한 것들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것

  몇 년 전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조직에서 11년 차인 나보다 연차가 높은 선배들도 무선 이어폰을 낀 채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게 매너가 없는 태도인지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쉽게 전화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고, 요새 회사 자료가 영상화된 것들이 많아짐에 따라서 소리를 들으며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좋은 무선 이어폰은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좀 더 몰입하고 싶을 때 활용 가능한 부분도 있다. 이렇게 보면 개인의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누군가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말 걸기가 부담스러워 업무 요청을 하거나 문의를 할 때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상사나 팀장이 불렀을 때 이어폰을 끼고 있느라 잘 못 들어서 옆 사람이 대신 대답해 주는 사태도 벌어진다. 이렇게 무선 이어폰을 사용함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대신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무선 이어폰을 낀 채 일한다는 것은 개인의 효율성이 주변 사람의 불편함보다 우선하는 상황이므로 비즈니스 매너의 측면에선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순 없을 듯싶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 놓인 채 일할 때 사용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대부분 함께 협업하며 일하는 직장 생활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2) 업무시간 외에 연락을 받지 않는 것

  작년 9월에 퇴근 후 카카오톡이나 문자, 전화를 통해 반복적인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당시에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과 과잉규제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동조하는 의견은 업무 외적인 시간에도 업무와 연관된 연락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활동들이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기에 근무 시간 외 개인 생활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선 반복적이고 과한 업무 지시의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고, 일의 연속성 관점에서 어느 정도는 필요한 상황이 있으므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말한다.


  내가 속한 직장 생활에서 보면 회사와 관련된 카톡방만 5개가 넘는다. 실 카톡방, 팀 카톡방, 과장 이하 카톡방, 친한 직원들 카톡방 등이 있다. 이렇게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요청하고 지시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너무나 편리하다. 특히 상사들이 아랫사람들에게 업무 지시할 때 주로 활용하는데, 업무 시간에는 이것만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전화가 가장 빠르긴 하지만, 회의나 출장으로 전화를 못 받는 상황에선 미리 카톡을 보내놓고 1이 없어지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인가. 그 효율성을 업무시간 외에서까지 활용하는 것이 문제다. 퇴근 시간이 지났거나, 연차이거나, 주말인데도 업무 관련된 카톡이 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선 스트레스가 한껏 치솟는다.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컴퓨터를 켜서 확인하거나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라면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싶어 진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예의 상 업무시간 외에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을 자제하는 게  옳은 태도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정말 급한 일의 기준은 당장 처리하지 못하면 회사가 망할 정도이면 충분하다.


3)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

  코로나로 인해 회식이 중단되었고,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시금 회식이 부활하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내가 속한 팀도 작년 연말부터는 회식을 재개했다. 오랜만에 하는 회식이라 그런지 모든 팀원이 참석했지만,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인원들도 있었다. 이후 2차에서는 절반 정도만 남아있었다. 회식 문화는 이전부터 논란이 많이 있었다. 못 마시는 술을 왜 억지로 마셔야 하는지, 임원 옆엔 왜 여직원이 앉아야 하는지, 건배사나 파도타기는 왜 해야 하는지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최근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회식 문화가 상당히 개선되었다.


  이런 시기에 더 진보적으로 회식에 꼭 참석해야 하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식이 의무라는 의견을 살펴보면, 주로 나오는 말은 단합이다. 함께 일하며 업무적으로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고, 서로 친분을 쌓으며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함께 의지를 다지는 자리라는 것이다. 즉,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고, 이를 통해 회사에서는 들을 수 없던 정보들을 얻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기도 한다. 사내 정치가 이런 회식자리에서부터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이와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회식도 업무라면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회식과 같이 업무시간 외 개인적인 시간을 들여서까지 헛된 친분을 쌓을 필요가 굳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 일로 친분을 쌓거나 의지를 다지려면, 티 타임과 같이 공식 업무 시간에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활동들을 추진하면 된다고 여긴다. 회식으로 늦게 끝나 푹 쉬지도 못하고, 숙취로 다음 날까지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는 게 결코 개인 업무에 회식이 효과적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렇듯 회식에 대한 참석 의무 찬반의 의견은 팽팽한데, 사실 의무와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참석하는 게 참여한 이들의 회식 분위기에서도 좋고, 참석을 하지 않는 사람은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본다. 참석을 한 이들은 회식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참석을 하지 않은 이들을 나름대로 회사 생활에서 경쟁력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자율성을 갖추면, 팀장과 몇몇 윗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참석을 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끼리라도 소규모로 회식을 하든, 회식 문화를 새롭게 개편하든, 회식을 없애고 일과 중에 단합을 다질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하든 특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겠다.


  직장인이 지켜야 할 예절, 비즈니스 매너에 대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정리해 보았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가 인지하고 있는 통용되는 기준에서 직장에 유입되는 세대가 달라지고, 회사 문화도 변화하면서 그 기준점이 사람들마다 조금씩 유동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앞선 논란거리를 요약해 보면, 시대적 상황과 코로나로 촉진된 개인화가 회사에서 조직보단 개인의 업무 효율성이 중시되는 경향이 속속 드러나고, 그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게 되는 일도 종종 생기는 듯하다. 또한 과거에 비해 일과 삶을 분리하는 태도가 뚜렷해지면서, 그 과거에서부터 살아온 이들과의 갈등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직장인이 지켜야 할 예절의 범주는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본인의 개별성에 의해 생기는 갈등을 최소화하여 드러내는 것까지라 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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