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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19. 2023

내가 겪은 최악의 상사 특징

"버티거나, 옮기거나, 스스로 최악이 되거나"

  회사 생활을 하면 다양한 인간의 유형을 보게 된다. 아무리 자기소개서, 인성검사, 면접 그리고 임원면접까지 거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걸맞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정확하게 뽑아낼 수가 없다. 가면을 쓰고 있던 지원자들은 입사를 하고 나서야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회사에서 자기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 사람이 어떻든 뭐가 중요합니까'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관계가 일을 만들어내기도 또는 일 쉽게 해결해 주기도 한다.


  사실상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원인이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 나의 상사는 누구고 나의 후배는 누구인지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건지를 알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연차가 낮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직급이 낮은 사람이 상사로 인해 괴로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상사에게 직접적으로 행동을 바꿀 것을 요구하기란 쉬운 게 아니다. 속으로 삭이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참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연차가 낮은 사람들끼리 모여 팀장이나 상사를 담하게 된다. 그런 험담을 듣거나 내가 직접 체험한 상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최악의 상사들에겐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소통보다 권위

  첫 번째로 후배들 얘기엔 귀를 닫고, 본인보다 윗사람들에게만 귀를 적극적으로 여는 상사들이 있다. 본인보다 연차가 낮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중요하지 않고 본인한테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무시해 버리기 일쑤다. 애초에 후배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일을 하는지, 각자의 사정이 어떠한지 전혀 관심이 없다. 말 그대로 소통이 부족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져, 후배들에겐 최악의 상사로 찍히는 경우다. 보통 후배들은 이런 상사들을 '꼰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상사들은 후배들에게 그렇게 불리든 말든 후배들은 내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권위를 내세워 후배들이 군말 없이 일하기만을 바란다. 그래야 실적을 윗선에 빨리 보고하고, 그럼 승진도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유형의 상사들은 후배들을 잘 쪼아서 성과를 잘 뽑아내는 능력으로 윗선에서 인정을 받고 있거나, 스스로가 군대식 문화와 워커홀릭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사를 만난다면, 후배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 상당히 위축되고 만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고 있다면,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있다,


직무 유기

  상사라는 타이틀엔 부여되는 의무가 있다. 후배들의 업무 방향을 제시해 주고,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주는 것이다. 물론 본인 일만으로도 벅찰 수 있겠지만, 후배라고 해서 시키기만 하고 방치해 뒀다가 본인이 급해져서 결과물만 독촉하는 건 상사로서의 직무 유기라고 볼 수 있다. 팀장이나 실장으로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리더로서의 직급을 갖게 된다면, 더욱더 구성원들의 업무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리더의 직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관 부문과 협업을 할 때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엔 없고 없어도 될 자리엔 있는 것이다. 윗선에서 정리해야 할 사안들을 모르쇠로 일관해서 답답한 경우도 있고, 주도적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판을 깔아줘야 하는 것들도 그저 실무자에게만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팀원 간의 발생한 갈등도 중재해주지 못하고, 알아서 해결하거나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아무런 정리도 하지 않는다. 리더라는 명목으로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걸리적거리기만 해서, 이럴 바엔 차라리 관리자가 없는 게 업무 진행하기가 더 편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직무 유기가 만연한 상사를 만나는 경우에는 속이 답답하고 짜증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상당히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생색

  상사 중에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놓고도 스스로 욕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본인이 후배를 위해 해준 일을 과도하게 포장하여 주변에 생색을 엄청나게 내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직속 후배에게 일을 가르쳐주는 것임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알려주는 거니까 한 번에 알아들으라는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물론 일을 배우는 후배 입장에서 상사가 일을 가르쳐 주는 것에는 감사하지만, 반복적으로 본인이 바쁜 와중에도 후배를 다 키웠다는 식으로 생색을 내기 시작하면 듣고 있던 후배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친절하고 정성스레 알려준 것도 아니면서 누가 보면 후배를 아끼는 존경받는 상사가 된 듯 행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업무적인 생색을 내는가 하면, 후배에게 분기 별로 한 번 아니면 반기에 한 번 정도 커피를 사주면서 엄청난 돈을 쓴 듯 생색을 낸다. 아내에게 용돈 받은 걸로 아껴서 사주는 거라느니, 자기 때는 후배들이 선배들 고생한다고 커피 한잔씩 대접했다느니, 커피 사줬으니까 일 좀 잘하라느니 후배가 듣기 싫은 말들만 골라서 하니까 차라리 내 돈 주고 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후배들은 겨우 한 모금 마신 커피에서 더욱더 쓴 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후배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도 욕먹는 상사를 만나면, 후배는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간다.


  지금까지 내가 회사를 다니며 주변에서 들어보고, 만나보고, 겪어 본 최악의 상사 특징 세 가지를 알아보았다. 앞선 얘기들을 요약해 보면, 후배들에게 소통보다는 권위가 앞선 상사는 후배를 위축되게 만들고, 부여된 의무를 저버린 직무 유기 상사는 후배가 맡은 일을 어렵고 답답하게 만든다. 게다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도 과도한 생색으로 인해 스스로 욕먹는 상사는 후배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회사라는 공간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후배들은 상사를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런 최악의 상사를 만나는 건 복불복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사를 만났다면,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딱 세 가지뿐인 듯싶다. 상사가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버티거나, 내가 다른 곳으로 가거나, 아니면 스스로 최악의 후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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