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을 등록하고 처음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군대를 제대하고 머리끝까지 차오른 인생에 대한 의욕으로 복학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영어 회화 학원과 함께 동네 헬스장을 끊어서 다녔었다. 군대 안에서도 조그맣게 체력단련실이라는 명목으로 헬스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군대 후임에게서 기본적인 헬스 운동법과 근육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초보였지만, 하루하루 얼마나 달라졌는지 거울을 보며 눈으로 내 몸에서 달라진 곳을 찾아내는 것에 재미를 느꼈던 듯했다.
전역을 하고 몸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다닌 동네 헬스장은 처음으로 내 돈을 내고 간 곳이었다. 사실 군대에 있는 체력단련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헬스장 사람들의 나이와 외모와 몸 상태는 천차만별이었고, 다양한 헬스 기구들과 음악 소리가 헬스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특히나 여자들도 이렇게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이때 당시 난 눈치를 보며 처음 간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과 동조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헬스장에서도 나름 규칙이 많았었다. 그런 규칙들을 몸소 체험해 가면서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스스로 깨달았었다. 첫 헬스장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 다양한 헬스장을 거쳐 그 기본적인 헬스장 매너는 더욱 내 몸에 굳어지고 있었다. 이 굳어진다는 게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점차 헬스라는 운동이 내 일상 속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인사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인사다. 헬스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사는 기본 중에 기본인데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PT수업을 하고 있거나, 집중해서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한 상황이 많다. 우선 헬스장에 들어서면 카운터에 접수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분과는 인사를 주고받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헬스장을 이용하는 데 여러 가지 안내를 해주시고 문의에 대해 답변을 해주시니까 잘 알아두면 좋다. 그다음 헬스장에 상주하고 있는 트레이너들이 있는데, 친절한 트레이너라면 먼저 인사를 해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내가 먼저 트레이너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천천히 다가가면, 나중에 운동을 하고 있을 때 꿀팁을 하나씩 던져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헬스장에서 인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마주치면 최대한 가벼운 목례라도 하는 게 좋겠다. 회원들 간에도 가능한 한 인사를 나누면, 나중에 고중량 운동을 할 때 서로 보조를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한 기구 정리하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기구를 너무나 막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돈 내고 헬스장을 이용하는데 정리는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헬스 기구라는 게 헬스장 직원이 매번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계속 교대로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사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매너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 먼저 바벨을 사용한 운동을 할 때는 사용 후 원판을 모두 빼서 정리하고 빈 봉 상태로 놔둔 뒤에 가도록 하자. 한 번은 여자 회원분이 이전에 사용한 20킬로짜리 원판을 빼는 데 고생하는 것을 보고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같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이에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덤벨도 마찬가지로 사용을 했으면 원위치시켜놓도록 한다. 특히 덤벨 8킬로, 10킬로, 12킬로를 대부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세 가지 덤벨을 한 곳에 모아놓고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것은 다른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겠다. 더 좋은 매너는 사용한 곳에서 흘린 본인의 땀을 수건으로 닦아서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음 사람이 사용하기 좋게 정리를 해놓는 행위는 헬스장 회원들 간에 기분 상하지 않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기본 매너이다.
냄새 관리하기
헬스장은 기본적으로 땀을 흘리는 곳이다 보니, 땀냄새가 어느 정도는 날 수 있다. 하지만 퀴퀴하게 오래 묵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회원들이 숨차게 운동하다가도 이러한 냄새를 맡으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서 운동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회원복이 아닌 본인의 운동복이라면, 매일 빨아서 입거나 몇 가지 운동복을 구비하여 번갈아 입는 것이 좋겠다. 특히나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 장비들, 예를 들어 실내 운동화, 헬스 장갑, 손목 보호대, 무릎 보호대, 스트랩, 중량벨트 등이 주범인 경우가 많은데,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손빨래를 해주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소화가 잘 되어 방귀가 잘 나올 때가 많은데, 힘을 주다가 실수로 나온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나올 듯싶을 때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뀌고 오는 게 좋겠다. 이러한 전반적인 냄새관리 또한 헬스장에서 서로가 상쾌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본 매너라 볼 수 있다.
위에서 얘기한 세 가지 정도의 헬스장 기본 매너만 지켜도 헬스장에서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눈을 마주치면 가벼운 웃음과 목례로 인사를 나누고, 본인이 사용한 기구를 스스로 정리하여 원상복구를 해놓고, 본인의 땀냄새를 오래도록 묵혀두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운동으로 몸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매너까지 지켜가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행위이다. 헬스 초보자라도 이 정도의 기본 매너만 지킨다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기구를 사용하는 데 있어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인 규칙이 몸에 배도록 한 뒤에야 자기 관리가 있고, 새로운 배움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