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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돼'가 되어가는 과정

'근돼'에서 '근'만 남도록...

by 똥이애비

'근돼'란 근육 돼지의 줄임말이다. 근육 돼지라는 것은 꾸준히 헬스를 해서 근육이 인바디 기준으로 평균 이상 형성되어 있는데, 식단관리를 하지 못해 몸에 지방층도 두텁게 덮여 있는 몸 상태를 뜻한다. 대략 체지방률로 따져보면 20프로 이상 정도 될 듯싶다. 갑자기 '근돼'라는 용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내 몸이 요즘 이 상태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운동한 구력이 있어서 요즘 운동 횟수가 현격하게 줄었더라도 어느 정도 근육량이 유지가 되고 있는 상태임에도 식단을 신경 쓰지 않아 지방이 내 몸 곳곳을 덮어버렸다. 몸무게도 키-90 정도가 되어버렸는데, 알몸 상태를 거울로 보고 있으면 정말 못 봐주겠다. 어쩌다 내가 이런 '근돼'가 되어버렸을까?


7년 전 헬스를 본격적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는 호기롭게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하루에 두 시간씩 헬스장에 살았다. 주 5일 이상 헬스장을 집처럼 드나들었고 운동 후 집에 와서 자기 전까지도 헬스 관련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즐겨 보면서 말 그대로 헬스에 빠져서 살았다.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근육이 내 몸에 쌓이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운동한 지 2년쯤 되어서 몸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거울로 봐도 꽤 만족스러워서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6개월쯤 준비했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지방만 컷팅한 게 아니라 근육도 상당히 많이 빠져나가 삐쩍 마른 채로 사진을 찍게 되었고, 부작용으로 폭식증까지 얻게 되었다. 한 순간의 사진을 간직하기 위해 근손실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폐함을 느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 차가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닭가슴살만 추가한 일반식을 먹으며, 근육량을 차츰차츰 늘렸다. 체지방이 좀 끼긴 했지만, 이때가 가장 성숙하고 행복하게 운동했던 듯싶다. 좀 더 내 몸과의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근육이 이완되고 수축되는 느낌을 받아들였고, 양분 섭취를 통해 신체에 충만한 에너지가 돌게 하였다. 몸에 과부하가 걸리면 일주일 정도 푹 쉬면서 몸을 회복할 줄 알게 되었고, 근육이 잘 붙지 않아서 초조해하는 마음도 없어졌다. 그저 내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내가 20년 뒤에도 동일한 패턴으로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 맞는 운동 강도를 찾게 되었다. 무게도 근육량도 몸무게도 정체였지만, 그저 땀 흘리고 근육을 움직이는 것에 만족해했다. 선수를 할 것도 아니고 취미로서 이 정도로 꾸준히 유지만 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배 안 나오고 키-100의 몸무게 정도로 이렇게 꾸준히 평생 잘 유지했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인생을 살다 보니 꾸준한 것이 가장 어려운 듯싶다. 헬스 5년 차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이를 낳고 돌봐야 할 소중한 식구가 생기니 점차 헬스장을 출입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꾸준히 다녀보려고 시설은 좋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을 등록했다. 최대한 가까우면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아이게 많은 에너지를 쏟으니 운동할 체력과 시간에 여유가 없었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나도 빨리 잠을 청해 체력을 보충해야만 했다. 식단도 일반식에 닭가슴살만 추가하여 먹던 게 일과 육아의 스트레스를 단시간에 빨리 풀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과 술로 달랬다. 당을 과다하게 섭취하여 몸에 체지방이 끼기 시작했고, 술을 마시니 운동을 갈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회사에서 팀을 옮기면서 잦은 회식을 한 것도 내 몸이 '근돼'가 되는 데 일조한 부분이 있다.


점차 일주일에 한, 두 번 운동하기도 힘들어지고 스트레스를 푼다고 자위하며 식단 관리도 계속 소홀해진다면, 어느새 '근돼'가 아닌 '돼'만 남게 될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런 생각이 헬스 7년 차, 키-90의 몸무게를 갖게 된 지금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삶의 패턴을 바꿔 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아파트 단지 헬스장을 끊어봤자 잘 가지 못하게 되니, 자주 가는 습관적인 운동 패턴을 만들기 위해 회사 출근 시간 전 회사에 있는 헬스장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아마도 평일에 최소 3일 정도는 헬스장에 출입할 수 있을 것이었다. 대신 새벽에 기상해야 하는 부담이 좀 생겼다. 또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을 먹는 것에서 다른 것으로 돌려야 한다. 닭가슴살은 계속 추가하여 먹고 있었으니, 당과 술을 줄이기만 하면 된다. 사실 나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에 헬스장만 자주 갈 수 있다면, 과도한 음식 섭취도 스스로 제한할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있다. 추가적으로 날씨가 풀리니 산책을 한다거나 가볍게 조깅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좋을 것이다.



'근돼'의 징조는 몸에 별로 좋지 못하다. 꾸준하던 습관적인 운동과 식단이 꾸준하지 못하게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심리적인 보상과 자위의 개념이 담겨 있기도 하다. 친구들 사이에선 이렇게 얘기가 오간다.


"와, 오랜만에 봤더니 몸이 좀 불은 것 같다."


"일부러 좀 찌우고 있어. 마동석 같은 '근돼'가 내 목표야."


"그 전이 훨씬 더 보기 좋았던 것 같은데... '근돼'가 돼서 뭐 하려고? 건강도 더 안 좋아질 것 같아."


"아, 그냥 옛날처럼 매번 운동이랑 식단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기 힘드니까... 좀 여유롭게 하려고..."


결국 '근돼'라는 표현은 나처럼 예전엔 꾸준히 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한 상태를 애써 위로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로만 하고 있으면 정말 게으른 돼지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자 나 또한 생활 패턴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본인이 요즘 '근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다시금 꾸준히 운동과 식단을 유지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근돼'에서 '돼'만 남지 않고 '근'만 남게 노력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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