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엔지니어가 일하면서 글쓰기 연습하는 법

"일상에서 의식적 습관 만들기"

by 똥이애비

평소에 일을 하면서 글보다는 숫자나 기호를 많이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나 나처럼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들은 대학시절부터 공식과 숫자들을 머릿속에 욱여넣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테다. 입사를 하고도 기계나 컴퓨터와 씨름하며 여러 가지 코드들을 입력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점점 로봇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공대엔지니어는 일을 하면서 장문의 글을 접하는 일이 드물다. 물론 쭈욱 서술하는 글을 쓰는 일도 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공대엔지니어들은 남들보다 더 글을 접하고 쓰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언어적 또는 인문학적 소양은 본인이 하는 일을 부각할 때도,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협업을 할 때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이를 보유하고 있으면, 확실히 주변 동료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을 잘 쓰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글쓰기 강의를 듣고 연습해 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우리는 바쁜 직장인이다 보니 따로 시간 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버거울 수도 있다. 책을 읽는 것에도 시간내기 어려운데 글을 쓰는 연습은 웬만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엄두를 내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일을 하면서 글 쓰는 연습을 좀 해보면 좋지 않을까? 엔지니어라면 업무 중에 그리 장문의 글을 쓸 일은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찾아보고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내 업무 속에서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연습장을 찾아보도록 하자.
메일 쓰기

회사에 있으면 전화 통화도 물론 많지만, 공식적인 요청이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일을 주로 이용한다. 나 또한 하루에 메일을 많으면 열 번도 넘게 쓰는 경우가 있는데, 대게는 정해진 형식의 한 문단으로 끝이 난다. 이렇게 정해진 문구로 채워 넣는 것은 일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중요할 수 있지만, 개인의 개성을 담은 글쓰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 같은 경우엔 정해진 틀이 있어도 처음 인사말은 따로 고민하여 글쓰기 연습을 한다.


'안녕하세요. oo팀 ooo입니다. 오늘은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을 더욱 여미게 만드네요.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분 좋은 회식 날로 몇 가지 공지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를 키우는데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온난화의 주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회식에서는 소고기를 먹으면서 친환경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지속적인 요청으로 번거롭게 해 드린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정상궤도를 달리는데 ooo님의 의견이 중요한 시점이므로, 염치 불고하고 어려운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메일의 처음 도입부에 본인의 목적에 맞게 개성을 담아 글쓰기 연습을 해볼 수 있겠다. 업무 메일은 전화나 대면보다는 딱딱한 형식이므로 최대한 공손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본인의 개성을 어떻게 살려서 글로 표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런 관점으로 메일 쓰기 연습을 한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신선하면서도 오래 각인될 수 있는 메일을 받아볼 수 있어 서로 좋은 일이다.


보고서 쓰기

대부분 엔지니어의 보고서 형식은 과거에서부터 쭉 써오던 양식에서 데이터를 기입하고 이로 인한 결론을 축약해서 짧은 글로 표현하는 정도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는 아무리 글쓰기 연습을 하려고 해도 제한 사항이 너무 많아 힘들다. 따라서 일상적인 보고서보다는 특별한 보고서를 쓰는 경우에 글쓰기 연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고라인이 꽤 많이 올라갈 때 보고 받는 대상이 공학적 지식이 있는 분이 아니라, 문과 감성이 가득 차 있는 분들인 경우에 엔지니어의 기술적인 측면을 이해하기 쉽도록 글로 풀어서 자료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쉽고 직관적인 표현을 찾아 헤매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쑥쑥 자라난다. 나 같은 경우 국책과제를 수행할 때 이와 같이 글쓰기 연습이 가능한데, 30페이지짜리 국책 과제 연구 개발 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기술 내용을 글로 주절주절 풀어내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한다. 이렇듯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글쓰기 실력을 키우려는 관점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겠다.



메신저 하기

사내에서 카카오톡을 이용하거나 자체 메신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도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채팅을 통해서 글의 표현력을 끌어올렸던 기억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메신저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채팅을 하다 보면 글을 씀으로 인해서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게다가 메신저 채팅도 글쓰기의 일종이다 보니 구어체가 많이 섞이더라도 그 흐름이 쌓이면 하나의 장르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글쓰기에도 대화 형식의 구성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러한 생동감 있는 대화는 딱딱한 구조의 글보다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으므로, 사내 메신저를 이용한 대화의 형식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도 실력을 쌓는 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주 글쓰기 연습이 부족했다면, 메신저를 켜고 친한 사람과 채팅을 하며 어제 있었던 일부터 가볍게 풀어내보는 건 어떨까.



앞선 얘기들은 공대엔지니어로 대상을 한정 지었지만, 글쓰기 연습을 하고 싶은데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모두 한 번씩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단지 일상적이고 패턴화 되어 있는 메일, 보고서, 산출물 등을 글쓰기 관점에서 포장을 해보는 것이다. 메일을 받거나 또는 보고서를 받는 대상을 독자라고 생각하고, 작성할 때부터 조금 더 신경을 씀으로써 작가로서의 개성을 살짝 드러내도록 쓰면 더 신선하고 재밌는 회사 산출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것에도 허덕여서 그럴 여유조차 없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만의 멋진 글을 쓰고자 하는 부푼 꿈이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따라서 회사 또는 일상에서 뭔가를 기록하거나 작성할 때라도 연습장 삼아 써보려는 의식적 습관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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