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생긴 작은 습관들

"나의 당당한 취미 생활"

by 똥이애비

작년 9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내 외에 주변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름 주기적으로 쓰다 보니 글을 쓰기 전과의 삶의 패턴이 꽤 많이 달라진 듯하다. 글을 쓰면서 일상에서 어느 정도 습관으로 자리 잡은 부분이 분명 있다는 뜻이다. 어느 작가는 떨어지는 낙엽만을 보고도 여러 가지 글감을 떠올린다고는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 레벨까지는 아니고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지만 내 관점에선 상당한 변화인 것들이다. 오늘은 글쓰기가 바꿔준 내 삶의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꽉 찬 출퇴근 시간

나는 버스를 타고 경기에서 경기로 출, 퇴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왕복 세 시간 정도를 길거리에 버리고 있기도 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빨간색 광역 버스 안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시청하기도 했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기도 하고, 커뮤니티 글을 보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도 나름 유익하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쓰고 나서는 버스가 마치 나만의 서재가 된 듯했고 더욱 생산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브런치에 발행된 대부분의 글들은 버스에서 탄생했기에 글이 중구난방인 경우도 꽤 많지만, 꾸준하게 글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비결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출, 퇴근을 하는 시간은 계속 규칙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을 더욱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잠을 충분히 잔 후 뇌가 새롭게 깨어난 시점이기 때문에 상쾌한 상태에서 글감이 마구 솟아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괜찮지만, 야근을 해서 회사에서 저녁을 먹은 날에는 퇴근길 버스에서 글을 쓰면 속이 부대끼고 멀미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럼 글을 쓰다 말고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여 책을 읽으며 속을 진정시키고 글감을 찾아내기도 한다. 출, 퇴근 시간을 나름 알차게 보내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길바닥에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져서 회사가 멀어도 다닐만하다는 긍정적인 생각까지로도 확장된다.


일상에서 글감 찾기

글을 쓰면 매번 글감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런 글은 어떨까, 저런 글은 어떨까를 자주 고민하게 되는데, 미리미리 일상을 살아가면서 글감들을 생각해 놓지 않으면, 갑작스레 글을 쓰고 싶을 때 막상 떠오르는 글감이 없어서 빈 화면만 계속 쳐다보게 된다. 따라서 글감을 찾아 메모를 해놓는 습관을 갖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독서를 통해 글감을 많이 쟁여놓는 편인데, 다양한 분야의 독서는 글감을 풍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직접적인 체험 속에서 글감을 찾는 경우도 있다. 회사 생활은 나의 주요한 글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한다. 심지어 나에게 스트레스가 주어지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 생활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로서 정리해 보면 별 일 아닌 경우도 많고, 기억을 다시금 상기해 보면 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육아와 부부생활 또한 글감으로서 좋고, 취미생활로 꾸준히 하고 있는 헬스도 가끔씩 써먹기 좋다. 결국 일상에서 찾은 글감들은 내 인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겠다는 것과 같다.


경청

글을 쓰다 보니 앞서 얘기한 글감의 관점에서 또는 타인의 인생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감으로 인해서 그들의 얘기들을 귀 기울여 들으려 노력한다. 말 그대로 경청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로 회사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얘기들을 듣게 되는데, 내가 부족한 경제 관련 얘기들이나 역사 관련 얘기들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이렇게 배운 것들은 기억해두고 있다가 글로서 풀어내어 내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 가정사나 부부 생활에 대한 얘기도 듣게 될 때가 있는데, 의도적으로 관심 있게 들으면서 내 상황과 비교해 보고 내 관점에서 재해석해본다. 이를 글로서 정리하면 마치 소설처럼 꽤 그럴듯한 글이 써지기도 해서 이런 사사로운 얘기들도 재미있게 듣는 경우가 생긴다. 얘기를 하는 상대방도 내가 집중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신나서 더 깊은 얘기를 하거나 본인이 습득한 고급정보들을 내놓기도 하니 분명 내 글 쓰는 삶에서는 도움이 되는 일이다.



글을 쓰며 생긴 이러한 작은 습관들은 결국 글 쓰는 삶을 지속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앞서 얘기한 출, 퇴근 시간을 꽉 채워 글 쓰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메모하고, 다른 이들의 얘기들을 집중해서 경청하는 습관들이 생김으로 인해 좀 더 글쓰기가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처음 이 습관들을 일상에서 세팅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였지만, 이젠 그냥 내 삶 속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이제는 조금 더 당당하게 '내 취미는 글쓰기야!'라고 말할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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