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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더 어려울까, 식단이 더 어려울까?

"내 체질에 맞게 똑똑하게 헬스 하자!"

by 똥이애비

오늘 3년 전에 헬스를 꽤 오랜 기간 함께 해온 회사 후배와 오랜만에 일을 마치고 회사 헬스장에 갔다. 이 친구와는 바디프로필도 함께 준비했었고,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도 번갈아가며 보조를 맞추었다. 그만큼 운동할 때 손, 발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 다시금 헬스를 같이 할 수 있게 된 건 코로나로 인해 닫혀있던 회사 헬스장 문이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문을 연지는 1년 가까이 되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운동 시간을 맞추지는 못하였다. 이제야 서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회사 헬스장에서 만나 함께 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운동 파트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행운이다. 자세를 봐주기도 하고, 옳은 위치에 힘이 들어가는지 확인해 주기도 한다. 게다가 10회 하고 말 것을 그의 보조로 인해 12, 13회 정도 더 할 수 있도록 수행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해 준다.


함께 땀 흘리며 운동을 한 뒤에도 샤워를 하고 같이 저녁을 먹을 때도 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회사 얘기와 개인 생활 얘기도 나누게 되면서 꽤 밀도 있는 우정을 쌓게 된다. 그는 이제 34살이 되었고, 나보다 세 살이 어리지만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운동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 비슷한 근육량을 갖게 되어 체형적으로 유사한 실루엣을 보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친구와 한창 함께 운동할 때는 일주일에 다섯 번을 함께 운동하고, 중량과 횟수도 비슷해서 운동 수행능력도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겉에서 보는 체형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운동을 하면 할수록 덩치가 커졌고, 그의 몸은 점점 압축이 되어서 갈라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근돼와 이소룡 몸으로 구분되었다. 비슷한 운동 능력을 보이는데 이러한 확연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유전적 차이가 가장 크다고 본다. 그와 나는 심지어 같은 키를 가지고 있음에도 나는 워낙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80킬로 전, 후의 몸무게이지만, 그는 65에서 68킬로 정도로 마른 체형을 항상 유지해 왔었다.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몸무게도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릴 수 있을까?'였고,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몸집을 불릴 수 있을까?'였다. 실제로 옷을 벗고 있으면 그의 몸이 훨씬 운동한 느낌의 몸이었지만, 옷을 입으면 내가 더 운동한 몸처럼 보였다. 처음 그와 운동을 시작할 때는 내가 더 좋은 운동 수행능력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몸무게만으로 15킬로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가 더 무거운 중량을 소화하기가 용이했고, 그는 억지로 내 무게를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그는 의지로 내 운동 수행능력을 다 쫓아왔고, 결국 몸무게 대비 엄청난 근육량을 보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킬로 이상으로 몸무게가 불지 않아서 그는 항상 고민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먹어야 하는 거냐며 괴로워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하며 몸무게를 줄이고 있었던 나는 '지금 날 놀리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길래 몇 가지 나의 먹부림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일단 밥 먹을 때 닭가슴살 한 덩이씩은 꼭 넣어서 먹고, 중간중간에 간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해. 배불러서 씹어 먹기 힘들 땐 미숫가루라도 타서 마시면, 몸무게는 금방 불어날걸? 하루 다섯 끼 먹는다는 생각을 가져봐!"


그는 내 말을 듣고 시도는 하는 것 같았지만, 먹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고, 배부른 상태를 괴로워했다.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나는 어떻게 먹는 게 귀찮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는 몸무게가 불어나지 않아 진정 괴로워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그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끝내고도 개인적으로 다이어트를 위해 별도로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추가했다. 식단 조절을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바나나나 오트밀, 고구마로 밥을 대체하였다. 확실히 이렇게 하니 살은 빠지긴 빠졌다. 70킬로대 초, 중반으로 넘어가니 먹지 못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이따금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다음 날 후회하며 하루종일 한 끼만 먹고, 몇 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하며 죄책감을 떨구어 내기도 했다. 면에 그도 바디프로필 찍기 직전에 체지방을 한자릿수로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는데, 귀찮아서 안 먹으니까 저절로 빠져서 식단조절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그에게는 운동으로 몸을 불리는 게 어려웠고, 나는 식단으로 체지방을 컷팅하는 게 어려웠다.



사람의 유전적 체질, 선호하는 운동, 식습관에 따라서 체형은 천차만별이 되는데, 몸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헬스로 체형 관리를 한다면 운동, 식이, 휴식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나의 체질과 생활 습관에 따라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신경을 써야 할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마른 체형이고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후배와 같은 사람이라면, 영양소를 든든히 섭취하고 근육과 체지방량을 동시에 늘리는 방향으로 운동을 하면 좋을 것이다. 나와 같이 장이 건강해서 효율이 좋은 몸인 경우, 즉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족족 몸에 지방으로 차곡차곡 축적되는 사람인 경우엔 근육량 증가와 다이어트를 분리해서 운동하는 것이 좋겠다. 목표하는 근육량까지는 건강한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고루 섭취하며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의 운동을 하고, 여름이나 바디프로필 같은 이벤트를 앞두고서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유산소 운동 위주로 원하는 체지방까지 컷팅을 하는 것이다. 결국 운동이든 식단이든 나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수준을 찾고, 내 체질에 맞추어 몸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운동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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