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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Mar 13. 2023

스스로에게 소홀해짐을 느끼다

"다시금 꾸준한 일상을 위해"

  어느 것이나 '소홀해짐'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나 처음부터 스스로 의지를 갖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소홀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대수롭지 아니하고 예사롭다거나, 탐탁하지 아니하고 데면데면하다는 뜻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소홀하다는 의미보다 국어사전을 찾아본 의미가 어째 더 어려운 듯싶다. 예문까지 좀 찾아보면 "대접이 소홀하다", "감독이 소홀하다", "맡은 일에 소홀하면 안 된다" 정도가 있는데, 예문까지 읽어보니 대략 어떤 의미인지 파악이 가능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소홀하다는 의미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관심과 흥미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상황에 따라 소홀함은 능동적인 것과 수동적인 것이 있을 수 있겠다. 능동적인 것은 내 의지로 스스로 소홀한 채로 두는 것이고, 수동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관심과 집중을 두지 못하는 경우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홀함은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먼저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된다. 부부관계, 연인관계, 부자관계, 모녀관계, 친구사이, 사회적 관계, 직장동료 등이 있을 텐데, 이러한 관계 속에서 처음에 가졌던 타인과의 관심과 집중이 떨어지는 것에서 상대방은 아쉬움을 느끼고 실망하게 된다. 이를 '관계의 소홀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 같은 경우도 가족을 형성함에 있어서 연인사이가 부부사이가 되고, 아내가 된 연인의 관계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다 아이를 갖게 된 순간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되면서 부부만 단 둘이 있었을 때보단 부부 둘만의 관계가 소홀해진 것은 사실인 듯싶다. 좀 더 관계 형성에 더욱 큰 관심과 집중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친구사이도 마찬가지로 아이를 갖게 되고 나의 가족을 구성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진 사이도 있고, 같은 처지와 상황을 공유하면서 더욱 가까워진 사이도 있다. 이렇듯 관계에 있어서 소홀함은 나와 타인 각자가 놓인 상황에 따라 상호작용의 변화에 따라 발생한다.


  두 번째 소홀함은 나 스스로에 대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소홀함은 그 부작용이 크리티컬 하다. 나 스스로에게 관심과 집중을 쏟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 예를 들어 회사 일에 파묻혀 있거나 육아와 같이 개인을 돌보는 일보다는 다른 일에 더욱 몰입되어 있는 상황을 말한다. 나 스스로를 챙길 여유가 없을 때 우린 스스로에게 소홀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내 건강이나 영어, 취미와 같이 상대적으로 살아가는 데 그리 급하지 않은 것들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삶에서 더욱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나를 돌보고 스스로 성장하는) 일들이 있을 테다. 나 같은 경우 요즘 회사에서 팀을 옮기며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것과 네 살 난 아이와 가족을 돌보는 일에 굉장한 몰입을 하고 있다. 어쩔 땐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보다도 더 큰 수준의 집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은 결국 나를 위한 일임에도 나만을 위한 몰입은 아니다. 왜냐하면 수동적인 몰입의 압박이 스스로를 지치게 하거나, 번아웃을 유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단순히 나만을 위한 능동적인 몰입 관점에서는 앞서 얘기한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것들은 제쳐두게 마련이다.



  세부적으로 내 상황에 대해 얘기해 보면 나에게 건강은 정말 중요한 능동적 가치였다. 평생 운동은 내 삶과 함께였지만 회사 일과 육아에 집중하다 보니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운동에 소홀해지면서 식단관리와 내 건강에 대한 관심도 떨어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다. 급격한 체력저하, 체중 증가, 피로도가 몰려오고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스스로의 건강을 놓칠 경우엔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건강을 챙길 여력이 없을 만큼 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이미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사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건강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거나, 이미 소비되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낮추어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내가 요즘 가장 '소홀해짐'이 느껴져 스스로에게 아쉬운 부분은 글쓰기다. 나에겐 취미생활에 가까운 이 글쓰기는 사실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것임을 안다. 다행인 건 독서를 놓고 있지 않음으로써 인풋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잠들기 전에 독서로 마무리하는 습관은 하루에 최소 30분이라도 책을 읽게 해 준다. 버스를 타고 회사를 오가는 시간을 많이 활용하면서 글쓰기도 나름 습관이 잡혀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새는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영어'라는 새로운 관심이 생겨 글 쓰는 시간을 대체하기도 했고, 피곤함이 쌓여 버스에서 잠드는 일도 많아졌다. 이렇듯 글쓰기에 소홀해진 것은 나 스스로에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출간을 목적으로 한 1차 원고를 5월 말까지 출판사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주 큰 짐이 되어버렸다. 다시금 '소홀해짐'을 '대수로워짐'으로 바꾸기 위해선 내 의지가 중요할 듯싶다.



  기존에 무엇이든 꾸준하게 해 오던 일을 어떠한 이유로든 소홀해지고, 점점 멀어지고, 결국 그만두게 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아직도 꾸준함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홀해짐'이 느껴질 땐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해서 꾸준함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그러한 관점에서 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홀해진 건강관리는 새벽 시간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고, 소홀해진 글쓰기는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크게 마음을 먹은 부분은 스스로에게 부여된 중요한 일들에 쓰는 내 관심과 흥미 에너지를 조금 줄여 여유를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 일과 육아 모두 중요한 일상이지만 몰아치기만 해서는 삶의 균형이 깨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은 중요한 일상을 내려놓고 주변의 소홀해진 것들을 돌보는 일도 나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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