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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ul 07. 2023

오랜 직장생활로 생긴 고정관념 탈피하기

직장인의 강해지는 습관 만들기(4)

  고정관념은 무엇이고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고정관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잘 변하지 아니하는, 행동을 주로 결정하는 확고한 의식이나 관념'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어떠한 집단에 속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개인의 특성이나 개성이 무시된 채 집단 위주의 단순하고 일반화된 생각이 주입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이 마치 나도 애초에 그렇게 생각한 것 마냥 인식이 되기 시작한다면,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집단의 생각에 동조하게 됨으로써 고정관념이 내 깊은 의식 속에 주인처럼 자리 잡는다. 이러한 고정관념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차단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자기만의 세상에 고립된 채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십여 년을 하면서 나에게도 자연스레 직장인이라는 집단에 의해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다. 아마도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과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구분되어 있을 텐데 의식이라도 하고 있으면 이를 깨부수거나 변화하려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는 고정관념은 그러한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고정관념이 무서운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이러한 고정관념은 한 집단에 속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더욱 굳어져 자동적으로 하나의 일반화된 생각으로 단순화되어 버린다. 결국 이러한 고정관념도 생각의 악습관으로 인해 형성는 것이다.


  그럼 대표적으로 직장인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우리 팀에 신입사원들이 3명 정도 들어오면서 이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 이들은 꽤나 다양한 상황에서 취업을 준비했었다. 한 명은 다른 대기업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지방 생활이 맞지 않아 중고 신입으로 지원하여 우리 회사에 들어왔고, 한 명은 학사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한 케이스라 나이가 가장 어렸다. 또 다른 한 명은 중소기업에서 3년 정도 일했는데, 업무 환경이 너무 열약하여 우리 회사에 계약직으로 지원하여 온 사람이다. 이들 3명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관점으로 질문하거나 의견을 표현할 때, 가끔 내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이는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지만, 이들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다. 즉, 내가 회사를 다니며 쌓인 고정관념들이 의식화되는 순간들이다.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팀 내에 워크숍이 있었다. 펜션을 잡고 1박 2일로 진행된 행사였다. 코로나로 인해 주최하지 못하다가 3년 만에 계획된 것이다. 계획을 짤 때부터 신선한 아이디어를 위해 신입사원을 한 명 투입하였다. 이때부터 벌써 내 고정관념이 깨지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전 워크숍은 1박 2일이라고 하면 금요일 오후에 시작하여 토요일 오전에 끝내는 일정이었고, 이게 회사 업무에 가장 피해를 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워크숍 일정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아마 나보다 높은 연차인 대부분의 선배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는 이 틀을 깨부수었다. 토요일은 직장인에게 꿀 같은 주말이기도 하고, 워크숍 행사도 업무의 일환이니 목, 금요일로 일정을 새롭게 제안한 것이다. 나를 포함한 선배들은 머리가 잠시 띵했지만 신입사원의 말이 틀린 게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팀장에게 새로운 일정을 보고 했다. 팀장도 고민하다가 결국 받아들였고, 우린 그렇게 목요일 오전에 시작해서 금요일 오후에 끝나는 일정으로 워크숍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워크숍은 외부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다 보니 항상 사고를 유의해야 하지만, 먹고 마시고 즐기다 보면 매 순간 주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엔 정말 의외인 것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프로그램 대로 여러 조 별 활동을 즐겁게 마치고 드디어 워크숍의 꽃인 저녁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으로 인해 모두들 배고파 있었고, 술과 함께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러다 신입사원 한 명이 내부 방으로 연결된 턱을 넘어가다가 바로 옆에 있는 통유리창을 손으로 짚는 순간 '와장창'하고 유리가 깨져버린 것이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신입사원의 팔 쪽에 꽤 많은 생채기가 생겼다. 다행인 건 얼굴 쪽에는 살짝만 긁혔다.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모든 구성원이 행동을 멈췄고, 그중 한 명은 팀장의 지시에 따라 119 구급차를 부르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온 신입사원은 팔 쪽에 난 상처가 꽤 깊어 네 군데나 꿰맸다고 했다. 저녁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기에 병원비도 꽤 나온 듯했다. 신입사원은 주저하다가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병원비는 산재처리가 되나요? 아니면 개인 실비 처리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 이 얘기를 듣고 있던 팀장과 나를 포함한 선배들은 한동안 멍했다. 고정관념이 한번 더 깨지는 순간이었다. 론 회사 행사를 하다가 발생된 사고이긴 하지만, 산재처리를 팀장에게 직접 요구한다는 사실이 나로선 아주 흥미진진했다. 팀장은 한동안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팀 내 비용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말만 간략히 남기고 상황을 넘어갔다. 여기서 의식화된 고정관념은 '직원들은 왜 회사에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가?'였다. 항상 을의 입장에서 회사를 대하고 있는 노예의 마인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에 야근 수당, 주말 특근비, 성과에 대한 보상조차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체계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천재지변이 와도 출근을 해야 하는 건지 따져 묻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요즘 들어 직장에 새로운 세대가 유입됨에 따라 이러한 불합리적인 부분을 깨고자 하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회장님과 사장님이 외치는 한 방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는 조직 문화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한 번은 팀 내 친한 동료들과 신입사원이 모여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대부분 그렇듯 친한 동료들이 모이면 회사에 대한 불만과 직장 상사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엔 욕도하기도 하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는데, 그날은 여러 이유로 동료들이 격양되어 있었던 날이다. 고과 체계에 대한 불만, 일 하는 만큼 인정해주지 않는 조직, 일 못하는 상사, 부족한 복지, 처우에 대한 불만 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신입사원이 질문했다.


"아, 그게 그렇게 큰 문제들인가요? 아직 겪어보질 못해서.."


그렇다. 신입사원에겐 우리가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게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다. 누가 회사를 강제로 다니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불만을 쌓아만 두고 부정적인 감정만을 교류하고 있는 건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직장에 막 입사하여 새로운 꿈과 포부를 가진 신입사원에게 너무나 많은 회사 불만을 토로한 사실이 미안해졌다. 여기서도 내 고정관념이 의식화되었다.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뒤에서 욕만 할 게 아니라 개선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제안해야 할 것이고,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스스로 팀 전배 신청, 이직, 퇴사 등의 출구 전략을 짜면 되는 것이다. 같은 처지끼리 커피를 마시며 둘러앉아 불만만 쏟아내고 서로 위안을 삼아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이러한 불만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회사에 불만이 있어도 참고 버티고 있는 것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은연중에 '불만 없이 다니는 회사가 어디 있겠어, 그래도 이 정도면 뭐 다닐 만은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회사를 십여 년 다니다 보면 이 회사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고,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마도 세월이 더 흐른다면 이러한 생각이 더욱 굳어질 테다. 그러다 보니 울타리 안에서만 울부짖을 뿐 그것을 부수거나 뛰어넘을 생각을 애초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생명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악습관이다. 가끔 회사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직장인들의 사건이 뉴스에서 들려온다. 회사를 입사한 초반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십여 년이 흐른 지금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듯하다. 그렇기에 더욱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로 치부되는 최악의 고정관념은 빠르게 의식화하여 탈피할 필요가 있다. 신입사원과의 대화, 나만의 취미활동, 외부 동호회 활동 등은 오랜 기간 쌓인 직장인의 고정관념을 의식화하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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